현고대통령부군신위(顯考大統領府君神位)?

-- 한 자리 차지했느냐가 아니라 "제대로 했느냐"가 중요하다--

by 사진을 읽다

현고대통령부군신위(顯考大統領府君神位). "우리 아버지는 생전에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었습니다"라는 지방을 붙여 놓고 제사를 지내를 지내는 집안이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대통령이 아닌 다른 벼슬을 한 집에서는 대통령 대신 해당 관직을 쓸 것입니다. 고인이 벼슬을 하지 않은 집에서는 관직명을 쓸 자리에 "학생"이라는 단어를 쓸 것입니다.


만일, 아버지가 벼슬대신 회사의 사장을 했으면 어쩌죠? 박사를 했으면 어쩌죠? 다 벼슬이 아니므로 그냥 학생이라 적기에는 뭔가 아쉬울 것입니다. 비록 가족끼리만 보는 지방이지만 그래도 알리고 싶을 것입니다. 시대 변화에도 따라야 하고요. 그래서 사장이라 적고 박사라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자격자들이 대통령도 하고, 총리도 하고, 대법관도 하고, 사장도 하고, 교수도 하는 작금의 나라 꼴을 보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부끄럽지 않게 잘 했느냐"가 지방을 쓰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인간은 다들 부족하고 지속적인 배움이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그저 겸손하게 현고학생부군신위라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1996년 개봉한 박철수 감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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