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차, 습관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서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피었다. 기온 상승으로 올해 벚꽃은 작년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피었다. 꽃나무에 귀가 달린 것도 아닌데 자기가 필 때를 어떻게 이리 잘 알고 때에 맞춰 아름다운 꽃을 피울까. 생각할수록 신통방통하다. 검색해 보니, 식물 안에는 낮의 길이와 기온 변화를 감지하는 여러 유전자가 있어서 주변 기온에 맞춰서 꽃이 피는 시기를 조절한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벚꽃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내가 원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행동보다 나에게 해로운 행동을 할 때가 조금 더 많지 않은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습관에 관한 책이 계속 출간되는 게 아닐까.
벚꽃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피고 지는 것처럼 우리가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도, 내 의지와 상관없다. 주변 환경이 딱 맞아떨어질 때 식물 안의 유전자가 거기에 반응해서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의 뇌 역시 특정 자극에 반응하도록 훈련되어 있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 자극이 주어질 때마다 과거의 반응이 다시 깨어난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여기 40대 중반의 남성이 있다. 그의 큰 즐거움은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다. 영화를 볼 때 그는 항상 과자를 먹는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식후 바로 나가서 걷는 게 좋다. 또 과자는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다. 그럼에도 이 사람은 ‘저녁 식사 후 소파에 앉아서 과자를 먹으며 영화 보기’라는 행동을 버리지 못한다.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나와도 그는 이 행동을 계속한다. 그의 뇌가 ’저녁 식사 후 노트북으로 영화 보기‘라는 자극이 주어지면 과자를 찾도록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극장에 가면 팝콘과 콜라가 생각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해로운 습관을 버리려면 의지력을 발휘해서 특정 자극에 과거의 반응이 깨어나지 못하도록 억제를 시켜야 한다. 강제휴면을 시켜버리는 것이다.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소파에 앉아서 영화를 보더라도 과자는 먹지 않는다. 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도 나날이 나오고 있는 배를 보면서 참는다. ’과자의 해로움‘을 생각하면서 참고 또 참는다. 이것이 바로 ’억제‘다. 나는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방법으로는 습관을 버릴 수 없다(의지력에 한계가 없는 사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의지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억눌렸던 반응은 ‘지금이다’하고 약해진 의지력을 뚫고 강하게 튀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영화를 보면서 과자 1 봉지를 먹었을 테지만, 억눌렸다가 튀어나오는 순간에는 팬트리에 있는 과자를 다 먹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억제하기‘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일명 ‘덮어쓰기‘다. 텍스트를 편집할 때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축키가 있다. Ctrl + C(복사하기)와 Ctrl + V(붙여 넣기). 기존에 있는 텍스트를 지우고 새로운 텍스를 입력하고 싶을 때 Ctrl + C를 사용하여 입력하고 싶은 텍스트를 복사한다. 그리고 지우고 싶은 텍스를 선택하고 Ctrl + V를 누른다. 그러면 기존의 텍스트가 새로운 텍스트로 대체된다.
‘붙여 넣기’는 오래된 습관을 버릴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면서 과자를 먹던 행동에 ‘견과류나 채소스틱처럼 건강한 음식 먹기’라는 새로운 반응을 붙여 넣는다. 아니면 ‘식후 소파에 앉아 영화 보기‘를 ’식후 바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00분 걷기’로 대체해도 좋다. 걸으면 우리 몸에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이 나와서, 과자 생각이 덜 날 것이다.
‘덮어쓰기’보다 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찾는다면 ’환경 바꾸기‘를 권하고 싶다.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 며칠 전, 큰 아이가 나를 부르면 말했다. “엄마, 제 방에 있는 1인용 소파를 치우고 싶은데, 어디에 둬야 할까요?” 큰 아이는 저녁을 먹고 나면, 자기 방에 있는 작은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봤다. 그런 소파를 치우겠다는 것은, 저녁을 먹고 나면 항상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던 행동을 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의지만으로는 행동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환경을 바꾸기로 한 것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과자를 먹는 습관을 버리고 싶다면, 팬트리에서 과자를 다 치워버리면 된다. 집 안 어디에도 과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 나의 뇌는 더 이상 과자를 찾지 않는다.
내가 있는 곳의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새로운 환경에 나를 갖다 놓으면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나는 집에서 가까운 카페로 출근을 한다.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의 일을 시작한다. 내가 조용한 집을 놔두고 근처 카페로 출근하는 이유는, 집에 있으면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오전에 핸드폰을 보지 않고, 바로 글쓰기와 한국어 문법 공부를 시작해 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나는 장소를 바꿔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카페에 와서까지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카페에서 반드시 마쳐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마냥 핸드폰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바로 할 일을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를 떠는 다른 손님들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달라진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손님들의 수다에 방해받지 않고 나의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일하는 장소를 카페에서 집으로 바꾸기도 한다. 오전에 걷고 나서 카페가 아니라 그대로 집으로 와서 일하는 것이다. 매일 오전 카페로 출근하다 보니 어떤 날은 집이 새롭게 보였다. 집에서 집중이 더 잘 되었다.
‘실행의도’란 심리학자 피터 골비처(Peter M. Gollwitzer)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실행의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말한다. 영화의 한 장면을 찍기 위해 감독과 배우들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언제 어디서 무슨 행동(혹은 말)을 할 것인지, 여러 번 맞춰 본다. 이러한 노력 끝에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명장면이 나온다. 피터 골비처 역시 목표만 있는 경우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도 이미 실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나는 매일 행동 계획을 세운다.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언제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할 것인지, 5mm 방안 노트에 자세히 적는다. 그리고 오전에 계획한 행동을 끝내고 난 다음에 실행한 행동들을 적고, 남은 하루 동안 해야 할 행동을 되짚어 본다. 덕분에 나는 오늘 오후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할 수 있었고, 운동 후에는 글을 쓸 수 있었다. 내가 언제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면 나는 오후 시간을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 일에 낭비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행의도’가 성공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목표의 가짓수가 많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있던 사람의 경우, 실행의도는 목표 달성을 도와줬지만, 목표가 여섯 가지인 경우에는 실행의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연구도 있다. 핵심은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만 해라. 그것이 행동을 바꾸고 목표를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다.
나의 경우, 하루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가 3가지였다. 그러나 3가지 목표가 벅차서, 목표를 2가지로 줄여봤다. 투자 공부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매일 틈틈이 하는 걸로 하고, 글쓰기와 한국어문법 공부를 격일로 하는 것이다. 하루는 글쓰기만 하고, 다음 날은 한국어 문법만 공부해서 그 내용을 카드뉴스로 정리해서 인스타에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일주일을 해본 결과가 꽤 만족스러웠다. 한국어 문법 공부를 격일로 하나, 매일 하나, 일주일에 내가 만들어낸 한국어 문법 카드 뉴스는 3개이지만, 글을 쓰는 시간이 늘었다. 글쓰기는 강제성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들다. 그런데 날을 정하고 나의 뇌에게 ’오늘은 오롯이 글만 써야 해. 내일은 한국어 문법 공부 때문에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어. 그러니까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바로 써!‘라고 경고를 날리니, 글이 써졌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쓴 글을 모아보니 꽤 긴 글이 되었다.
여기에 기술한 ‘습관을 바꾸는 3가지 방법’은 내가 실제로 해보고 효과가 좋았던 것들이다. ‘딱_한 걸음의_힘‘에서 소개하고 있는 방법이 몇 개 더 있지만, 이 글에는 소개하지 않았다. 나의 이해력이 달려서 그런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내가 해보지 않은 방법이라서 그 효과가 어떻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서 넘어갔다.
방법이 어떻든 내가 해보지 않으면 변화도 없다. 방법이 없어서, 방법을 몰라서, 우리가 습관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일보 전진, 이보 후퇴하더라도 매일 일보 전진하면 내가 원하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계속 가는 것이 성공이다. 가장 나쁜 것은 ’어차피 해도 소용없다‘면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안전지대 벗어나기
이번 주에는 의도적으로 안전지대를 떠나보자.
일주일에 한 번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고, 일주일에 한 번 지금껏 가본 적 없는 곳을 찾아가고,
일주일에 한 번 처음 마시는 음료를 마셔보고 그 맛을 느끼고 음미해 보자.
지금 당장 일정표를 들고 계획을 잡아보자.
이번 주 당신은 어떤 도전을 해보았는가?
노트에 적어보자.
도전의 점수를 매겨보자.
긍정적이었다면 +
부정적이었다면 -
그저 그랬다면 o
103page by '딱_한 걸음의_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