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차, 에너지는 집중에서 나온다
태풍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배, 길이 없는 바다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노련한 선장과 선원들까지, 이제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면 된다. 그런데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알고 보니 연료 탱크에 연료가 없다. 아뿔싸! 연료 탱크에 연료 채우는 것을 깜빡했다.
30대 초반의 나에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3가지가 다 있었다. ‘왜’라는 이유, ‘무엇을’ 충족하는 구체적인 목표, ‘어떻게’에 해당하는 시스템. 나는 매일 아침 말했다. “오늘도 힘내서 달려야지!”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에게 말했다. ”그동안 잘했으니까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힘내! “
응원의 말을 들으면 최소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힘이 나지 않는다. 힘은커녕 신물이 난다. 나는 직감적으로 내 안의 에너지가 방전이 되어버렸음을 알았다. 몸이 건강했더라면 축 쳐진 마음의 멱살을 잡고 ‘일어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몸마저 병들어서 힘내라고 할수록 힘이 빠졌다.
배나 사람이나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단 하나의 이유, 구체적인 목표, 완벽한 시스템, 이 세 가지를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다. 그러므로 목표를 향해 출발하기 전에 나의 연료 탱크를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목표지점까지 가는 데 연료가 충분한가? 충분하지 않다면 부족한 연료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꼼꼼히 체크해봐야 한다.
열역학 제1 법칙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열역학 제1법칙: 고립된 계의 에너지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다른 것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는 없다(출처:위키백과).‘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뭔가를 얻는다는 것, 뭔가를 바꾼다는 것은 ’내 안의 에너지‘를 써서 ’내 밖에 있는 것(내가 얻고 싶고 바꾸고 싶은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큰 성공 뒤에는 그만큼 큰 에너지가 소모되었다는 것이고, 나에게 남은 에너지가 별로 없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갖고 태어난 에너지의 양은 다르며, 각자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양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 그 에너지를 담고 있는 연료 탱크도 바꿀 수 없다. 단지, 연료가 새는 곳은 없는지 체크하고 보수할 뿐이다.
내가 가진 에너지 양에 비해 이뤄야 할 목표가 크다면, 방법은 하나다. 내게 남아 있는 에너지가 얼마인지, 자주 체크하고 보충해 주는 것이다. 또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내가 정말로 바꾸고 싶은 것에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집중의 힘을 보여주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돋보기와 종이 한 장(검은색이면 더 좋다)을 들고 해가 잘 비치는 곳으로 간다. 바닥에 종이를 두고, 돋보기로 빛을 모아서 종이의 한 지점을 비춘다. 잠시 후, 연기가 나면서 종이가 타는 것을 볼 수 있다. 돋보기로 종이를 태울 수 있는 이유는 '빛의 굴절'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내리쬐는 햇볕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돋보기를 통해 한 곳으로 모은 햇볕은 종이를 태울 수 있다. 타고난 에너지의 양이 적더라도, 그 에너지를 핵심적인 목표에 모으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집중은 ‘호흡’에서 시작한다.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폐 깊숙한 곳까지 들이마신다.
숨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배와 흉곽이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살핀다.
그렇게 세 번 정도만 깊게 숨을 쉬어도 충분하다.
이제 의식을 목표로 향한다. 정말로 바꾸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소셜미디어 사용 줄이기, 담배를 끊고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꾸기, 불평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기 등...
왜 이런저런 습관을 버리고 변화를 꾀하자고 마음먹었는지 생각한다.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쉬지 않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목표의 에센스가 무엇일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 질문을 통해 목표를 줄이고 줄여 최소로 줄여본다.
구조를 짜서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90-92 by ‘딱_한 걸음의_힘’)
이것만으로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너무 간단해서 놀랐는가? 나도 처음에는 놀랐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 내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었다.
오늘까지 끝내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한 일이 있다. 그런데 너무 하기 싫다. 안 해도 되는 일들에 괜히 마음이 간다. 옆에 있는 핸드폰이 나를 유혹한다. 집중을 해야 하는데 집중이 안 된다. 마음이 괴로워 죽을 것 같다.
그때 나는 나에게 외친다. ’Stop!' 그러면 나는 일시정지 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쉰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뭐야?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 오늘 끝내지 못하면 잠이 안 올 것 같은 일!‘
나의 뇌는 답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나의 앞에 ‘답안지’가 제출된다. 예를 들어 ’오늘까지 한국어 문법(연결어미) 2개를 카드뉴스로 만들어서 인스타에 올리기‘라는 답안이 제출되었다고 하자.
나의 뇌는 여기저기 분산된 에너지를 그러모아 그날의 중요한 일에 쏟아붓기 시작한다.
시작이 어렵지,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 일이 다 끝날 때까지는 멈추고 쉽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다 끝내야 해’라는 생각 때문에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집중력 훈련은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다. 저녁 식사 준비처럼 귀찮지만 해야 하는 일에서도 집중 훈련을 할 수 있다. 저녁을 준비하기 전에, 잠깐 멈춰서 오늘 저녁 메뉴를 생각해 본다. 이때 저녁 준비에 들어가는 총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고, 요리 준비 순서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준비가 끝났으면 이제 실행한다.
글쓰기에도 이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글쓰기 30분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책상 위에 아이패드 하나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다 치운다. 그리고 타이머를 이용해서 30분간 집중해서 글을 쓴다. 쓰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에 빠져들게 된다. 30분이 다 됐다고, 5분 쉬어야 한다고, 알람이 울려도 나는 계속 글을 쓴다. 다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글쓰기를 중단해야 할 때까지 글쓰기는 계속된다. 길게 느껴졌던 30분이 1시간이 되고, 1시간이 2시간이 된다.
얼마 되지 않는 에너지라도 그러모아서 중요한 일에 쏟아붓고 나면 마음이 참으로 개운하다. 힘든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난 후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모아진 에너지는 방전되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서 다음 일정을 기다린다. 우리가 매 순간, 중요한 일에 집중한다면 하루 종일 활기에 넘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바로 시도해 보자.
시간 날 때마다 마음챙김 시도해 보기
식사할 때는 식사에만 집중하고 텔레비전(스마트폰)은 식사가 끝나면 그때 켠다.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 먹고 있는 음식 맛을 느껴보라는 뜻이다.
온도는 어떤가? 질긴가? 얼마나 많이 씹어야 하는가? 맛은 어떤가? 넘길 때 기분은 어떤가?
딴 데 정신 팔지 않고 오직 식사에만 집중하면 위장도 오감도 기뻐할 것이다.
93 by ’딱_한 걸음의_힘‘
(사진 출처_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