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차, 그래도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자
새로운 행동이 완전한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의욕이 필요하다. 의욕을 북돋는 데 보상만큼 좋은 것은 없다. 보상에 깊이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을 잘만 이용한다면, 새로운 습관이 일상의 루틴으로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전에 잠깐,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2년 전, 나는 ‘자전거와 글쓰기’에 꽂혀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남겨서 브런치에 발행한다? 생각만 해도 신나고 즐거웠다. 마흔 넘어 스스로 발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다. 동쪽이든, 서쪽이든,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봤다. 그리고 그해 가을,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합격(?) 소식을 받았다. 나는 자전거 도로에서 얻은 영감을 글로 써서 브런치에 발행했다. 나의 첫 번째 목표가 실현된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남의 말인 줄만 알았는데 나의 말이기도 했다. 정말 기뻤다.
그러나 인생은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 글쓰기이지만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싫을 때도 있다. 자전거는 전신을 쓰는 중고강도 운동이고, 글쓰기는 두뇌를 사용하는 고된 작업이다. 어떤 날은 ‘내가 왜 이 힘든 것을 시작해서 안 해도 될 고생을 하고 있지? 안 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고 속으로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과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 쓰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면 기분이 정말 최고다. ‘최고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가슴이 너무 벅차서, 새파란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다. 글쓰기는 어떨까?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이 두뇌에서 한 문장, 한 문장 뽑아내서 그것을 글로 엮어 발행하는 순간, 가슴이 툭 터지면서 ‘드디어 해냈다’는 쾌감이 전신을 감싼다. 고통 뒤에 찾아오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상쾌하고 즐거운 느낌, 이 맛을 잊지 못해서 어쩌면 지금도 나는 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지 모른다.
자전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먹거리‘이다. 장거리를 달릴 때는 근육이 지치지 않도록 보급을 제때 해 주어야 한다. 그것도 당장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간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를 갈 때는 안심하고(?) 탄수화물을 먹을 수 있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춘천, 양평, 헤이리까지 가서 먹은 음식들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가용을 타고 가서 먹어도 맛이 있을까? 물론 맛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생 끝에 먹는 맛과는 다를 것 같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그저 그런 맛이지, 그때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은 아닐 것 같다. 그때와 같은 맛을 느끼려면,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한 이유, 나의 이야기 속에 ‘의욕을 북돋고 동기를 유발하는, 즉 (신경과학적으로 말하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행동‘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가치 있는 목표, 목표로 향하는 구체적인 전략, 성공에 대한 전망 혹은 기대감, 적절한 수준의 고통을 견딘 후 받는 보상(여기에는 개인적 자부심, 사회적 인정, 물질적 보상 등이 있다.)이다.
목표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 중에서 조금 더 잘하고 싶은 행동이나,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행동을 목표로 설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독서를 새로운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면 처음부터 하루 1시간 하지 말고, 오전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책 10분 읽기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전에 다음 날 아침에 읽을 책을 미리 머리맡에 둔다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쉬울 것이다.
’고작 10분? 그거 해서 무슨 보상이 있겠어?‘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분이 ‘고작’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타이머를 10분에 맞춰 놓고 책을 읽으면 10분이 꽤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루해도 10분을 꼭 채우기를 바란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더 읽고 싶어도 10분이 되면 책을 덮어라. 딱 10분이다. 10분을 채웠다는 축하 알람이 울릴 때 기분 좋은 물질이 톡 하고 터질 것이다.
10초 정도 되는 광고도 견디지 못해서 스킵해 버리는 내가 1분도 아니고 10분 동안 책을 읽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첫 번째의 성공을 그냥 지나치지 말라. 기록하고,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고, 스스로에게 ‘잘했어’,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고 칭찬해 주어라. 작은 성공을 크게 자축할수록 행복감은 더 커진다. 새로운 습관이 완전한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 사이사이에 특별한 보상을 숨겨 두어도 좋다. 보상에 대한 기대감은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
새로운 습관을 시도하기 전과 후에만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는 과정 중에도 우리는 얼마든지 도파민을 분비시킬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떤 자극적인 물질이나 영상이 필요하지 않다. 자신과의 대화만으로도 두뇌를 자극해서 도파민을 분비시키도록 조종할 수 있다. 나는 이 방법으로 매일 쉽지 않은 운동을 해내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가려고 하면 소파와 스마트폰이 내 뒷덜미를 붙잡고 말한다.
“잠깐만 앉았다 가. 바로 나가기 아쉽잖아. 여기 더 재밌는 게 있다고.”
(뭐라고? 나는 잠시 흔들린다. 그러나 타협은 없다.)
“Stop! 생각해 봐. 아침부터 밥 먹고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까?“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아니. 처음, 잠깐은 즐겁겠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후회와 고통이 밀려오겠지. 몸도 피곤하고, 정신은 흐릿해서 글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야. 결국 그 상태로 점심까지 있다가 오후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겠지.“
”그래, 맞아. 운동을 하면 어떨 것 같아?“
(나는 다시 생각한다.)
“몸은 힘든 데, 기분은 좋아. 잠자고 있던 의욕이 깨어나는 것 같고,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어디 그뿐인가. 땀을 흘리고 찬물로 샤워를 하면 정말 행복해.“
이 말을 하고 나서 나는 운동하고 나서 느꼈던 감정들을 소환한다.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어느새,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헬스장으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천 주변을 가볍게 달린다.
운동할 때 나는 나의 심장박동수를 알려주는 가민워치 외에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는다.
트레드밀 위를 달릴 때도, 실내 자전거를 탈 때도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운동할 때 사용하는 근육에 집중한다. 그러면 신체활동과 마음 챙김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뇌과학자 앤드류 후버만은 노력 전과 후에 도파민을 증가시키지 말고, 노력 자체를 통해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과정을 즐기라”는 뜻이 아닐까. 말은 쉽지, 실천은 어렵다. 그래서 쉬운 말부터 바꿔보자는 거다. ”힘들어, 그걸 어떻게 해, 난 못해, 어차피 작심삼일이야”라고 말하는 이렇게 말해 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딨어. 힘든 만큼 보상도 크잖아. 습관이 안 돼서 그렇지 계속하다 보면 쉬워질 거야. 작심삼일이면 어때. 작심삼일을 7번 하면 21일이야. 작심삼일 하고 쉬었다고 또 작심하고 삼일 하면 돼.” 부정적인 말을 긍정적인 말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다.
말보다 더 쉬운 게 있다. 그건 ’상상‘이다. 새로운 행동이 내 삶에 들어왔을 때 달라질 나의 모습을 머릿속에 계속 그려보자. ’나는 내일 아침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물 한 컵을 마신 뒤에 잠을 깨우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의자에 앉아서 10분 동안 한 눈 팔지 않고 책을 읽는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는 정말 행복하겠지. 그래 행복할 거야.’ 두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또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을 때 불쾌감을 느끼고 해결하려고 한다.
가장 쉬운, 말과 생각부터 바꿔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행동은 작게 시작하자. 처음에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안 하던 행동을 하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자신을 격려하자. 그리고 목표를 이루었을 때, 받게 될 내적, 외적 보상을 생각해 보자. 두뇌의 보상회로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실패한 날에도 자책하지 말고,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내일은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힘내. 난 널 믿어. 넌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자.
자책은 도파민 결핍을 가져올 뿐이다. 자책에서 시작된 결핍은 저급하고 인위적인 자극과 자극원으로 우리를 끌고 갈 확률이 매우 높다. 잘하는 나보다 자주 실패하고 넘어지는 나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것, 그것이 진짜 나를 위하는 길이고, 거기에 우리가 찾는 행복과 삶의 동기와 의욕이 있다. 잊지 말자. 어느 누구도 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해보려고 하는 나는 더더욱 사랑할만하다.
(사진출처_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