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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마루 Aug 07. 2023

‘딱_한 걸음의_힘’ 따라하기

19일 차, 멈추고 성찰하고 예측하고 선택하라

 충동이야? 동기야?

 동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충동은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마음속의 자극’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동기나 충동이나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아 보인다. 하지만 동기는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가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지만, 충동은 ‘갑자기 일어난 욕구’라서 선택한 목표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에서 동기와 충동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동기와 충동이 다른 듯 같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 둘 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조절물질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동기와 도파민, 도파민과 충동의 관계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겠다(출처_https://www.khan.co.kr/reporter_article.html?id=462).

도파민의 분비를 받는 대표적인 뇌 영역은 줄무늬체인데, 줄무늬체에서 도파민의 농도가 낮아지면 움직임을 일으키기가 어려워진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동작을 시작하기가 힘들어지고 움직임이 느려지는데, 이는 파킨슨병이 줄무늬체 도파민의 농도가 극도로 낮아질 때 발병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줄무늬체 도파민의 농도가 높아지면 움직임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래서 줄무늬체의 도파민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동기)과도 관련되어 있다.
재미있게도 줄무늬체의 높은 도파민은 지나친 쇼핑, 도박, 범죄처럼 충동적인 행동과도 연관된다.
실제로 동기와 충동에 대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들을 살펴보면, 양쪽 연구가 둘 다 도파민을 언급하고 있으며,
줄무늬체도 양쪽 연구에서 대체로 활성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동기와 충동의 뇌 속 원리는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행동은 부추기고, 어떤 행동은 자제한다. 그 기준은 아마도 각자가 설정한 목표가 되지 않을까. 목표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은 계속할 것이고,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는 행동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자제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전자를 ‘동기‘라고 부르고, 후자를 ‘충동’이라고 부른다.

 동기든, 충동이든,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는 뭐라도 하고 싶은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나 의욕‘은 무조건 나쁜 것도,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충동으로 시작한 일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편이 같이 걷자고 하면 나는 단칼에 ’피곤해서 싫어요’하고 거절했다. 운동을 하고픈 의욕이 전혀 없었던 내가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를 배우게 된 것은 순전히 ‘충동’ 때문이었다. 서른 살에 만난 당뇨로 어쩔 수 없이 남산을 걷게  걷게 되었는데 갈 때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안정적인 자세로 잘 달리는 그들을 볼 때마다 ‘나도 저들처럼 달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다.

 그때 남편이 ‘같이 달리자’고 했다. 나는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나중에는 남편 없이 나 혼자 달리게 되었다. 남편은 혼자서도 잘 달리는 나에게 ‘같이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자’고 했다. 나의 페이스라면 2시간은 넘게 달려야 하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싶어서, 마라톤 대회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지,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회에서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렁거렸다.  

 나는 이번에도 충동에 나를 넘겨버렸다. ‘죽기야 하겠어.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지.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하는 마음으로 나는 남편과 함께 하프 마라톤에 도전했다. 등록을 하고 나서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나?’하며 후회를 했지만 취소할 수는 없었다. 대회 당일, 달리다가 다리가 굳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고 살아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러니 무서워 말고 도전하라. 죽을 것 같은 고통과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목표에 이를 수 있다.”

 나는 네 번 더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완주를 했다. 내친김에 수영과 자전거까지 배워 버렸다. 지금도 나는 매일 60분 이상 운동을 한다. 빠르게 걷는 것도 좋아하고, 달리기도 더 좋아하고, 자전거 타는 것도 즐겁고, 집에서 혼자 하는 맨몸 근육운동도 재밌다. 운동을 하고 나면 피곤은 물론이요 스트레스까지 확 풀린다. 몸을 뜨겁게 달구고 찬물로 씻으면 기분이 정말 상쾌하다.

 충동으로 시작한 일이 어디 운동뿐일까. 2년이 다 되어 가는 글쓰기와 투자 공부,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도전과 성공도 충동에 의해서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라서 분명한 목표를 정할 수 없을 때는 충동에 기대에 어떤 행동을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우리가 다 아는 나쁜 충동이 아니라면 말이다). 충동에 의해서 시작한 일이 남은 인생을 다 걸고 싶을 만큼 소중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때부터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면서 의욕적으로 그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무시해야 하는 충동도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내면이 불안하고 기분이 우울할 때 평소보다 더, 그것도 갑자기, 재밌는 영상이 보고 싶고 당분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슬플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의 충동은 위험하다. 잘못하면 중독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아무 때나 당분을 찾고, 영상을 보고, 쇼핑을 하면서 건강과 시간과 돈을 낭비해 버릴 수 있다.


 충동이 나를 갖고 놀지 못하게 하라

 충동이 나를 휘두르게 두면 안 된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주체는 ‘나’이다. 내가 주인이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충동과 마주해야 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충동이 나의 앞길을 방해한다면 무시하라. 충동은 나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반대로 내가 관심을 갖고 키워야 할 충동이라면 그 불꽃이 사그라들기 전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 충동이 동기로 굳건히 자리 잡고, 그 동기가 나를 계속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한다.

 

 충동에 휘둘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4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멈추라, 성찰하라, 예측하라, 선택하고 그대로 쭉 가라.


 1. 멈춤

 멈춤 없이는 성찰도 없다. 바다에 갔는데 그날따라 파도가 심상치 않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데도 그대로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이 정말 없거나 죽기로 작정하지 않고서는 바다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일단 멈추고, 생각할 것이다.

 외부의 힘에 의해서 잔잔한 바다에 시도 때도 없이 파도가 일듯이, 우리 역시 외부의 자극에 의해 충동이 일어났다가 가라앉기를 수만 번 반복한다. 그런 충동에 나를 맡긴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는 일단 멈춰야 한다. 나에게 “Stop!"이라고 크게 외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멈춰!“라고 외치는 순간, 활성화 상태였던 충동시스템이 작동을 멈춘다. 그때부터 생각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충동 시스템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자극에 반응한다. 반면에 생각하는 시스템은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충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2. 성찰

 다음 단계는 ‘성찰’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조용히 관찰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출근길에 들린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나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각, 감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

 3. 예측, 선택, 실행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속 참가자들처럼 충동들은 나에게 선택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나는 심사위원이 되어서 어떤 충동이 나의 목표와 부합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나의 선택이 옳았다면, 순간의 충동은 지속적인 동기와 의욕이 되어서 나를 목표 지점까지 끌고 갈 것이다.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여기서 시작하라

 멈춤, 성찰, 예측, 선택을 ‘기술적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다고 결정을 미루면 마음이 편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두뇌는 ‘결정’을 요구한다. 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마음의 불안과 걱정은 더 커진다. 감정을 처리하는 번연계가 활성화되어서 우리의 뇌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지게 된다.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은 충동 시스템의 활성화로 충동에 휘둘리기 쉽다는 뜻이다.

 나쁜 습관 중 가장 안 좋은 습관이 ‘미루기’이다. 결정을 미루지 마라. 결정하고 해보지 않으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확신할 수 없다. 성찰하고 예측하고 선택하고 실행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판단 역시 더 예리해지고 정확해진다. 생각하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성화로 충동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번연계는 갈수록 안정화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충동에 휘둘리는 확률도 점점 감소할 것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피하지 않고 직면해서 결정할 때 두뇌는 ‘생각하고 선택하느라 고생했다’며 보상을 해 준다. 주의력이 높아지고 도파민 지수가 올라간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성찰하고 예측하고 선택하고 실행하고 기록하자. 두뇌를 놀리지 말고, 바쁘게 움직이자. 두뇌는 바쁜 것을 좋아한다.

(사진 출처_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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