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가 만든 UX 페르소나는 쓸만할까?
UX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번 프로젝트, 시간 없으니까 그냥 페르소나는 ChatGPT한테 뽑아봐”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ㅠㅠ)
IT SaaS 도메인에서 일하면서 ‘빠른 기획’과 ‘빠른 론칭’이 미덕인 프로젝트를 여러 번 경험했거든요.
사용자 인터뷰도 못 했고, 설문 데이터도 없고, 시간은 급해요.
그러면 우리는 '디자이너의 직감'이나 ‘이전 경험’을 짜내어 페르소나를 만들곤 하죠.
그런데 요즘은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이 작업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하니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과연 GPT가 만든 UX 페르소나는 실무에 쓸만할까요?
제가 직접 실험해 봤어요!
테스트 조건은 이랬어요.
실제로 저희 팀에서 진행한 B2B SaaS 서비스의 초기 기획 상황
사용자는 소규모 병원에서 근무하는 원무과 실장님들
인터뷰 불가능, 기초 리서치 없음
기획자는 ‘이런 고객일 것 같다’는 간단한 가정만 제공
이 상태에서 ChatGPT에게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줘봤어요:
“소규모 병원에서 일하는 원무과 실장님을 페르소나로 잡고 싶어요.
주요 업무, 고충, 사용하는 시스템, 연령대, IT 활용 수준 등을 포함해 페르소나를 작성해줘.”
결과는요? 꽤 그럴듯했어요... ㅎㅎ
직함, 연령대, 하루 일과, 사용하는 시스템, 스트레스 포인트까지 나름 디테일하게 제시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어요!
이름: 김현숙, 48세
직무: 병원 원무과 실장
고충: 병상 회전율 관리, 직원 교육, 보험청구 오류
기술 사용 수준: 엑셀은 능숙하나 새로운 SaaS 도입엔 부담 느낌
목표: 환자 만족도 향상과 내부 행정 효율화
‘어… 이거 그냥 쓰면 되겠는데?’ 싶은 정도였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어요.
GPT가 만들어주는 페르소나는 겉으로는 그럴싸하지만, 근거가 없어요.
실사용자에 대한 실제 리서치 없이 작성된 거니까,
기획자와 디자이너 입장에서 믿고 밀어붙이긴 어려운 거죠.
예를 들어 GPT는 “사용자는 새로운 SaaS 도입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는데,
저희가 나중에 실제 고객 인터뷰를 해보니
“이전 솔루션이 너무 불편해서 차라리 새로운 걸 빨리 도입하고 싶다”는 니즈가 더 강했어요.
즉, GPT가 만든 페르소나는 “전형적인 사용자의 평균값”을 기반으로 하긴 하지만,
우리 제품의 타깃과는 미묘하게 어긋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GPT가 생성한 페르소나는 ‘문장’이 너무 예뻐요.
실무자가 진짜로 쓰는 말투나, 현장에서 튀어나올 법한 진짜 고충이 잘 안 묻어나요.
그래서 그런지 실제 기획서에 붙이면 오히려 “이거 너무 만든 티 나는 거 아니야?”라는 피드백이 오기도 했어요.
그래도 전 GPT 페르소나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리서치 전 워밍업용'이나 '사내 커뮤니케이션용'으로는 꽤 유용하다고 느꼈어요.
→ 초기 단계에서 팀 내 공감대를 형성할 때, 아주 유용해요.
→ GPT가 던진 고충이나 니즈를 토대로 “실제 유저한테 이런 걸 꼭 물어보자”는 기준을 잡을 수 있어요.
→ “이런 사용자 상정해봤어요”라고 말할 때, 빈 페이지보다 훨씬 설득력 있어요.
3년 차 UX 디자이너로서 느낀 점은 딱 하나예요.
GPT는 페르소나 작성을 ‘도와주는 도구’이지, ‘대체하는 수단’은 아니에요.
실제 사용자 인터뷰, 맥락, 시장 환경 등과 엮여야 비로소 페르소나는 ‘쓸모 있는 UX 자산’이 되거든요.
그렇다고 GPT를 무시할 필요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한다면, 저는 앞으로도 GPT를 활용할 거예요.
다만 그걸 기준선으로 삼고, 의심하고, 검증하고, 업데이트하면서 실제 페르소나로 발전시키는 거죠!
GPT가 UX 디자이너의 일을 뺏는 시대는 아직 안 왔어요.
다만, 우리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IT 실무자에게는 쓸만한 동료가 되어줄 수는 있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