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 자신이었다.
나는 그때, 많이 화가 나 있었다.
겉으로는 참아낸다고 생각했지만
속은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모진 말을 했던 사람들,
이해받지 못했던 순간들,
믿었던 사람에게 느낀 배신감,
그리고 잊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억눌린 감정들까지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들이 모두 다시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가장 화가 났던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왜 나는 늘 주눅 들어 있을까?
왜 나는 나를 믿지 못할까?
왜 나는 내 마음을 계속 외면하고 있었을까?
그 감정들을 가만히 꾹 눌러두는 대신,
그날은 그냥 토해내기로 했다.
하얀 노트 위에 거침없이 분노를 쏟아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속이 후련해지기보다는 더 시끄러워졌지만,
그 속에서 나는 하나씩 나를 다시 발견하고 있었다.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문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고 있는 나를 봤다.
분노와 슬픔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내 진심이었다.
나는 늘 무언가를 만들며 살아왔다.
유리공예, 천연비누, 양초, 베이킹, 요리까지…
손으로 무언가를 빚는 시간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듯 편안했고, 나답다고 느껴졌다.
‘내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그건 이 감각에서 출발해야 해.’
그 혼란스럽고 눈물 많던 노트 속에서
나는 내 안의 열망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마주했다.
억눌렸던 시간 끝에,
나는 드디어 나에게 진심을 묻기 시작했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