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8)

by 하명환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는 그 말만 뱉고선 자리를 떠나갔다. 자리에 남겨는 우리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의사의 등만 바라보고 있는데, 뒤이어 나온 간호사가 익숙한 듯 다가와 말했다.


"산모와 아기, 두 사람 모두 아무 이상 없어요."


그제야 안심이 된 기석은 안도의 한숨을 뱉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나도 쓰러지듯 천천히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렇게 잠시동안 응급실 앞 복도에는 침묵이 흘렀다.


"조금 있다가 회복실에서 병실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접수 부탁드릴게요."


간호사의 말에 기석은 자리를 이동했고, 나는 그 모습을 의자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따라 일어나려고 했지만,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피곤한 육체와는 다르게 오랫동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응어리져 있던 무언가가 풀리는 것만 같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계속 앉아있을 수는 없지."


그 짧은 시간 누적된 피로는 나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클 게 분명했다.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기석이 있는 곳으로 향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석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집으로 가자꾸나."

"하지만 아버지..."

"네 꼴을 봐라. 아주 말이 아니야. 그 상태로 며늘아가랑 만나면 오히려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내 말에 자신의 몸을 살피는 기석.

그런다고 살펴질 피로가 아닐 텐데 말이다.


"이런 큰 병원에서 어지간하면 문제는 생기지 않아. 옛날이 아니니까 말이다."


내 말에 기석은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나도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으니 말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더 이상 뭐라고 하겠어요. 가시죠 아버지. 아버지도 지금 보니 상태가 영 좋지는 않아 보여요."

"난 아직 쌩쌩하다...라고 하고는 싶지만 진짜 나이가 웬수구나. 어서 가자. 피곤하다."


그 말에 조용히 웃는 기석의 눈에는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 08화나는 그날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