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서울에서 떨어진 사람이 없는 시골에서 치러진 장례식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었다.
생전에 그리 많은 덕은 쌓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아들 덕분에 초라한 장례식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형님!"
영정사진 옆에서 이 씨 부부는 그렇게 목놓아 울고 있었고, 아들인 기석은 멍하니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죽을 때가 왔다고 하더니 그게 참말인 모양이야! 아이고..."
뭔가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친하게 지내왔던 이 씨는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아들이랑 손녀 보고 와서 그런 줄 알았더니... 이렇게 가는 게 어딨어!"
이 씨는 평소와 같이 술이나 마시려고 옆 집 형님 집에 찾아가 평소처럼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형님을 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은 무언가 이상했다.
평소에는 문 열리는 소리만 들려도 눈을 뜨던 사람이 어째서인지 조용했던 것이다. 이 씨는 별생각 없이 평소와 같이 술상을 차리고 형님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건드렸다.
"형님. 뭐하슈? 얼른 일어나서 술이나 먹지."
그 어떤 고민도, 고통도 없어 보이는 평온한 얼굴.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그가 눈을 뜨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장례식을 마치고 아버지의 남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집을 청소했다. 필수적인 가전제품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집안이었지만, 마치 아버지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어... 이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노트.
기석은 홀린 듯이 다가가 노트를 열었다. 안에는 아버지의 글씨체로 작성되어 있는 짧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장 사랑스러운 천사를 만나서 나는 행복했다.'
남들이 본다면 손녀를 보고 와서 감성적이게 되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 글.
하지만 기석에게는 아니었다.
"너는 우리의 천사란다. 아빠도 엄마도 너를 정말 사랑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고 있던 기석에게 조용히 다가와 항상 속닥였던 말을 떠올리며, 기석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