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시절, 집에 불이 난 적이 있었다.
우리 집은 맞벌이라 부모님은 항상 집을 비우는 편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인 날이었는데, 혼자 있던 나는 늦은 시간이 되어 배고파지자 혼자 라면을 끓여 먹자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라면의 조리방법은 부모님이 하는 걸 옆에서 볼 때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칼과 불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한눈을 판 사이 주방의 작은 불씨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잠깐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돌아오고 말았다.
"콜록콜록."
어린아이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주변에는 뜨거운 불과 연기로 가득했고, 도망치기 위해 급하게 손잡이를 돌려보려고 했지만 불로 달궈진 손잡이는 내손을 거부했다.
"엄마-! 아빠-!"
어질
그렇게 한참을 울부짖던 나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고, 이내 몸은 휘청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연기를 너무 들이마셨기 때문이었다.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면 안 된다는 사실도, 연기를 피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조차 모를 정도로 그 당시의 나는 너무나도 어렸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아..."
갑작스러운 상황에 더 이상 아무런 말조차 나오지 않았고, 눈앞은 점점 흐려져만 갔다.
"졸려..."
그렇게 갑자기 쏟아지는 잠의 유혹에 눈을 감으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날 들어 올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
눈을 떠 확인해 보니 그곳에는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이 있었다.
"괜찮니? 무서웠지? 이제는 괜찮아."
소방관의 그 말을 듣자 긴장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우, 우와아아아아앙!"
갑자기 안심한 탓인지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렇게 우는 나를 안은 소방관은 묵묵히 밖으로 향했다.
그 든든한 소방관의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 멋지게 보였고, 그가 입고 있는 소방복이 어린 나의 눈에는 마치 텔레비전에서 보던 변신 히어로의 전투복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건물 밖으로 도착하자, 그곳에는 나의 부모님이 큰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대성아!!"
"엄마! 아빠!"
방금까지 기운이 없던 것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정도로 소방관이 땅에 내려주자마자 빠른 속도로 엄마에게 달려갔다.
"엉엉! 엄마! 죄송해요!"
"아이고! 이 놈아! 어쩌려고 그랬어, 어쩌려고!"
엄마는 나를 끌어안고는 내 엉덩이를 힘차게 때리셨다. 그 손길은 너무나도 아팠지만, 그보다도 엄마의 품이 너무나 부드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한참을 혼내던 부모님은 나를 구해주신 소방관에게 다가갔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의 생명의 은인이에요!"
부모님은 소방관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드님이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바로 구급차로 이동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사를 받은 소방관은 소방모와 호흡기를 벗었고, 이내 얼굴이 드러났다. 예상과는 다르게 만화에서 보던 영웅처럼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였다.
하지만, 그 모습에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웅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도 될 수 있어. 나도 영웅이 될 수 있어..."
그날부터 나는 영웅이 되기로,
소방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