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다 뜨거운 마음으로(5)

by 하명환

그렇게 1주일이 흘렀다.


걱정한 것과는 다르게 나에게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가만히 집에 누워만 있어도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이 꼬박꼬박 세끼 식사로 나왔고, 오히려 쉬는 동안 잘 먹은 덕분에 살까지 찌고 말았다.


'지금까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았을까'


그런 고민이 들 정도로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일주일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부러졌던 다리도 생각보다 문제없이 빠르게 잘 회복되고 있었다.


실제로 병원에서도 예상보다 더 빠른 회복속도에 감탄했다. 하지만 원래 젊은 사람들이 자기가 아픈 줄도 모르고 괜히 더 움직이다가 다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려며 주의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도 두꺼운 깁스까지는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가벼운 보조기로 바꿔주었다.


"이 정도면 조금만 더 있다가 복귀해도 되겠는데?"


목발을 사용하지 않아도 천천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거추장스러워진 목발을 옆구리에 끼우고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들려온 갑작스러운 폭발소리.


"꺄아아아악!"


뒤이어 여성의 높은 비명까지 들리자, 나는 내 다리가 아직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잊은 채 급하게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불이야!!"


5층 높이의 오래된 빌라. 그곳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누가 119에 전화 좀 해 봐!"


큰 소리에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건물 밖을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저 안에서 돈 꺼내야 하는 게 있는데..."


옆에 멍하니 서 있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비록 아주머니가 들어가려고 한 빌라가 당장 불이 붙은 건물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곳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빌라구역의 특성상, 언제든 불이 옮겨갈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방금 그 소리는 무언가가 터진 것 같은 소리였기에 만약 같은 상황이 한 번 더 발생한다면 옆 건물도 순식간에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직 우리 집에는 불이 안 붙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빨리 갔다 오면 큰 문제는..."


하지만 아주머니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홀린 듯이 각자 집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각자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위험하니까 다가가시면 안 됩니다. 지금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나는 급하게 통제를 하려고 했지만,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내 목소리를 금세 힘을 잃었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야?"

"그래 비키라고!"


게다가 일반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내 말에 사람들이 집중할리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잡는 그 짧은 순간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시 한번 큰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거세지는 불길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처음 불이 붙은 빌라는 1층부터 꼭대기까지 이미 불이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낡은 건물이다 보니,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어 문제가 생긴 듯했다.


혹시 몰라 주변을 둘러보자, 다행히도 방금까지 집에 가야 한다던 사람들은 더 이상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는 일은 없었고, 그럴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사람들 속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무언가에 홀린 듯 앞으로 나가려는 것을 발견하고는 급하게 몸으로 막았다.


"지금 들어가면 위험해서 안된다니까요! 지금 안 보이세요!?"

"안에 사람이 있어요!!"


절망이 가득 찬 얼굴을 한 여성.


그 얼굴의 표정은 내 어린 시절, 불길 속에 갇혀있을 때 부모님이 했을 표정과 똑같았을 것이다. 알기 싫어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깨달은 순간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곧 사망할 예정입니다."


그가 일주일 전, 병실에서 만났던 소녀가 절박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여성의 등 뒤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 15화불보다 뜨거운 마음으로(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