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다 뜨거운 마음으로(6)

by 하명환

"너...!"


지금까지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던 그 소녀가 그저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그 소리를 한 이후로 나는 정신병자 취급받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쌓여있던 불만을 소녀에게 쏟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정도로 조용한 주변에 내 말은 끝까지 입에서 나올 수 없었다.


"이게 뭐야?"


주변을 둘러보자 불길은 마치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멈춰있었고, 주변의 사람들도 불길과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멈추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내 앞에서 울부짖고 있던 여성에게도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라도 하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유일하게 한 명만이 나를 그저 덤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상황 속에서 그녀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고, 이내 깨닫고 말았다.


"내가 죽는다는 말이야? 정말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돌아오지 않는 대답이 나에게 진실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헉... 헉... 설마 저기에 들어가서 그거 때문에 죽는 거야?"


죽음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내 손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고, 다리는 당장이라도 도망치려는 듯이 뒤로 조금씩 빠지고 있었다.


"젠장... 젠장..."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과거의 트라우마가 그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왜 하필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몰랐다면..."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불이 난 저곳으로 용감하게 들어갔을까?


"몰랐다면 정말 들어갔을까요?"


그리고 들리지 않는 내 중얼거림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죽음을 몰랐기에 들어갔을까요?"


그래. 어차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죽음의 위기는 항상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따라온다는 것을, 이 일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병문안을 온 것처럼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의 병문안을 수시로 가곤 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나도 아저씨 같은 영웅이 될 거야.'


어째서인지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뿐.


그저 누군가를 동경하던 어린아이가 항상 하던 무게가 없는 말이었지만 자신을 구해줬던 그 소방관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화르륵...


하지만 나는 저 불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도망치려고 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들어가지 않아도 당신의 운명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저...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 뿐."

"기회..."


나는 불에 대한 공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저 불 속에 갇혀있어야 하는 두려움도 알고 있었다.


다시 한번 눈앞의 여성을 확인했다. 어디선가 급하게 달려온 듯 신발 한 짝은 사라져 있었고, 옷은 몇 번이고 넘어졌는지 이곳저곳이 찢어지고 더러운 상태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나는 뛰기 시작했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눈앞의 여성이 어떤 마음으로 울부짖고 있는지, 그리고 밖에서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함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저 사람, 소방관이야!"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나를 보며 누군가가 외쳤다. 작은 시골이다 보니 매번 출동하는 내 얼굴을 누군가가 알아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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