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까지 기다릴 거야(2)

by 하명환

내 이름은 하준.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다녀올게~"


그리고 지금 문을 열고 집을 나가는 여자아이는 하윤. 내 여동생이다.


어릴 때는 내 뒤를 쫄랑쫄랑 쫓아다니기 바빴는데, 요즘에는 저렇게 혼자 다니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특히 나보다 키가 좀 커졌다고 아주 건방져졌다. 내가 오빠인데 자꾸 자기가 위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오빠니까 참아야지.


그렇게 동생이 집을 떠나고 나니, 집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아빠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면, 밖이 껌껌해진 뒤에 오는 편이었다. 동생은 아빠보다는 늦게 나가지만, 그래도 아빠보다는 빨리 돌아왔다.


그러니까 그동안 이 넓은 집을 나 혼자 지켜야만 한다. 하지만 일단 배가 고프니, 준비되어 있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까드득 까드득


그렇게 맛있는 밥을 먹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는 내 방에 들어가 주저앉았다.


하아하아


어째서인지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숨도 어제보다 거칠었다. 평소에도 움직이는 게 조금 힘들다고 느꼈었는데, 오늘따라 훨씬 더 움직이기 힘든 것 같았다.


이게 다 어제 만난 그 아이 때문이다.


갑자기 그런 슬픈 말을 하다니 교육이 아주 잘못된 아이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내가 혼내주려고 했는데, 그 아이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아마 내가 무서워서 도망간 게 분명했다.


그렇게 그 아이는 내 눈앞에서는 사라졌지만, 그 아이가 한 말은 내 귀속에 계속 남아 빙글빙글 돌면서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그 아이의 말을 떠올릴 때마다 불안했다가, 화가 났다가, 고민했다가를 반복하다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일어나, 밥 먹어야지."


그렇게 한참을 자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창문 밖을 보니 이미 껌껌해진 상태였다.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껌껌해지는 시간도 빨라지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꽤 오랜 시간을 자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요즘따라 자는 시간이 더 늘어난 거 아니야?"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내 동생이 나를 걱정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어딜 동생주제에 오빠를 걱정해. 난 끄떡없다고!


그렇게 말하며 건강하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마구 흔들었다.


"아~ 정신 사나우니까 얌전히 밥이나 먹어."


그 말에 풀이 죽은 나는 동생의 말대로 얌전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거 다 먹고 산책이나 다녀오자."


산책?


야밤에 걷는 건 기분이 좋다. 가벼운 운동은 몸에도 좋다.


하지만 오늘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절레절레


밥을 다 먹은 나는 거절의사를 내비치며 물을 마시고 내 방으로 향했다.


"갑자기 왜 이런데? 하준~"


그러자 내 동생이 내 몸을 꽉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끄아악. 냄새!


여동생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요즘 나갈 때마다 몸에다 뿌리고 나가는 향수냄새였다.


비켜! 저리 비키라고!


붙잡혀있던 내가 과격하게 몸을 바둥거리며 도망가려고 하자, 여동생은 내가 왜 이러는지 눈치채고는 급하게 떨어졌다.


"아~ 미안미안. 향수냄새가 좀 많이 났어?"


어휴... 저딴 걸 왜 뿌리고 다니는 거야 도대체.


"요즘 친구들은 다 뿌리고 다닌다고."


여동생은 귀여운 척하며 말했지만, 나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터벅터벅


나는 여동생을 무시하고 내 방에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방금 일어나 피곤할리 없는 몸에 다시 졸음이 쏟아졌고, 나는 굳이 그 기운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이전 20화나는 끝까지 기다릴 거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