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싫다. 항상 가족들이 슬픈 얼굴이 되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하자, 가족들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져갔다.
"멍!"
나는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내 동생은 나를 끌어안으며 내 입을 막았기에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있어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에는 뾰족한 걸로 내 몸을 찌르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자 평소에는 잘 주지 않는 아주 맛있는 고기를 줬다. 단단한 통에 들어있어 평소에는 잘 먹지 못하는 고기였다. 나는 혹시라도 뺏어갈까 봐 눈앞의 고기를 재빠르게 입에 넣었다.
맛있게 밥을 먹은 뒤, 나는 내 동생과 아빠에게 왔다 갔다 하면서 놀자고 말했다. 그러자 내 동생이 산책을 가자고 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갑자기 도망가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동생과 같이 걷는 산책은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한참을 걷고 집에 들어왔지만 몸에는 힘이 넘쳐났다.
만날 졸렸던 것과는 다르게 오늘만큼은 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동생과 아빠에게 놀자고 했다.
하지만 체력은 무한이 아니었기에 결국은 졸려왔다. 더 놀고 싶어서 견뎌보려고 했지만, 몰려오는 졸음은 이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오랜만에 동생 무릎에서 자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몸을 비비자, 내 동생은 나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동생 무릎에 누워 눈을 감았다. 다행히 오늘은 평소 하고는 다르게 그 싫은 향수냄새는 없었다. 느껴지는 것은 정말 좋아했던 엄마의, 내 동생의 냄새뿐이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냄새를 맡으며 눈을 감자, 내 머리에 촉촉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감은 눈을 뜰 힘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여긴 어디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훑어봐도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내 앞에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너구나?"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여기는 죽음의 끝에 도착하는 곳. 생이 끝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장소."
저번에 나에게 죽음을 알려준 건방진 아이였다. 만나면 혼내주려고 했는데, 쓸쓸한 공간을 바라보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여기는 너무나 외로운 곳이구나?"
이제는 외로운 것이 뭔지 안다. 그것은 슬픈 것이다.
여자아이는 내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죽음은 원래 혼자니까, 그렇기에 외로울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이 아이의 말은 너무나 어려워서,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는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엄마도 이곳에 왔어?"
"네. 그리고 떠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 이번에는 당신 차례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여자아이는 손을 내밀었다.
"어디로?"
"앞으로. 다음을 위해 앞으로 가야만 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지?
여자아이의 말은 처음 듣는 단어가 많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싫어. 난 안 갈 거야."
"어째서입니까?"
내 말에 여자아이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는 너무나 외로워. 혼자잖아. 그렇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네."
"그러니까 기다려야 해. 난 내 동생을 챙겨야 하거든. 내 동생은 외로움을 많이 타서 혼자 두면 안되니까."
여자아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아까 하고는 다르게 살짝 당황한 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돼?"
"그동안 당신이 혼자서 외롭게 기다려야 합니다. 당신이 지낸 시간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을..."
그 말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알거든. 혼자가 얼마나 외롭고 슬픈 건지. 그러니까 난 여기서 기다릴 거야. 내 동생이 올 때까지 언제까지고. 왜냐하면 난 내 동생을 챙겨야 하거든. 그러니까 괜찮아. 난 오빠니까."
내 말에 여자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세히 보면 조금은 부드러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아마 허락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게 혼자만 남은 공간. 동생이 오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까지 잠깐 잠이나 자야겠다.
동생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