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까지 기다릴 거야(6)

by 하명환

한참을 씻은 뒤, 두 사람은 방에 들어가 가볍게 눈을 붙였다. 밤새도록 뛰어다닌 탓에 지쳐버린 것도 있었고, 아직 동물병원이 열리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하준은 자신이 지금까지 지냈던 거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을 망막에,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 새기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점심이 되어서야 가족들은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일으킨 후, 하준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어제 하준이 예약하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던 수의사의 배려로 빠르게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적은 나이는 아니에요. 17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거의 90살, 많게는 100살에 가까운 나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수의사가 그렇게 말하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가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예상한 사실이었지만, 결국은 나이가 문제였다.


"멍!"


하준은 가족들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수의사를 향해 짖었다. 평소에도 하준은 수의사에게 적대적이었지만 오늘은 그 행동에서 기운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괜찮아요."


수의사는 아무래도 가족애가 너무 강해서 본인의 말이 가족을 슬프게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가족들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멍멍!"


정말로 그래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격해지는 하준을 끌어안아 진정시킨 뒤, 수의사의 말을 계속해서 경청했다.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일부러 가족 품을 떠난 것일 수도 있어요."

"강아지가 그런 행동도 해요?"


하윤은 수의사의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집에 사는 애완견한테서는 자주 보이는 행동은 아니에요. 다만 야생의 본능이 아직 남아있으면 그런 행동을 보이는 강아지들도 있거든요."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데요?"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야생에서 약해진 동물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무리에게 약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떠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해요."


그 말에 하윤은 슬픈 눈으로 하준을 더욱 끌어안았다. 이 정도로 끌어안으면 격하게 거부하는 편이었는데, 하준은 아무런 저항 없이 하윤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슬퍼할 가족을 보고 싶지 않아서 떠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건 너무 인간적으로 해석한 거지만... 그 정도로 깊은 유대감이 있었을 테니까요."

"하준아..."

"어찌 되었든, 곧 마음의 준비는 하셔야 합니다."


수의사의 말에 하윤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멍!"


그런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하준은 힘없이 짖을 뿐이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자, 하준은 평소와 똑같이 거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곧 죽을 것이라는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이었다.


"밥 먹자~"


평소에는 입이 고급스러워질까 봐 잘 주지 않았던 비싼 통조림을 뜯었다. 그러자, 식욕이 떨어져서 잘 먹지 못했던 평소와의 모습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통조림 고기는 하준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멍!"


밥을 먹고 가족들에게 놀아달라는 듯이 달려드는 모습도 건강했을 때와 똑같아 보였다. 최근에는 계속 잠만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급 통조림의 효과인지 꽤 활발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하지만 너무 효과가 좋은 탓인지, 진정하지 못하는 하준을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하지만 하준은 여전히 넘치는 체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윤과 아빠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며 계속해서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그 시간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한참을 놀던 하준은 점점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천천히 하윤의 무릎 위로 이동하더니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새근새근


잠든 하준을 보며 하윤은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 숨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하준아... 자...?"

"......"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하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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