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뽑아주기만 하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데!"
4년차 광고 기획자였던 내가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다. PM 직무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부족함을 채우려 안간힘을 썼다. SQLD 자격증도 따고, 앰플리튜드, 웹플로우 같은 툴 사용법도 배웠다. 이력서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 스펙을 쌓았지만... 백이면 백 서류에서 탈락했다.
돌이켜보면 접근법이 완전히 잘못됐다. '경력이 없으니까', '나는 부족하니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니, 자연스레 다른 합격자들의 이력서를 참고하고 집착하게 됐다. "저 사람은 포폴을 피그마로 예쁘게 만들었네", "저 사람처럼 자격증을 따야겠다". 마치 오디션에서 우승자의 장점을 찾아 흉내내려 했던 것이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이렇다. 190cm의 멋진 모델이 입은 옷을 그대로 따라 입는다고 내가 모델이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옷을 내 몸과 매력에 맞게 리폼해야 한다.
PM답게 생각하자 정말 프로덕트 매니저라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채용은 '오디션'이 아닌 '거래'다.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구직자들은 항상 "취업이 너무 어렵다"고 하고, 기업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왜 이런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걸까?
이 미스매치의 핵심은 간단했다. 기업은 '아무나'가 아닌 '우리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찾고 있어서이다. 예를 들어, 초기 스타트업이 PM을 뽑을 때 '제품 그로스만 해본 7년차 PM'보다 '3년차지만 0에서 1을 만들어본 PM'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경력의 길이가 전부가 아니란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채용시장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다. 더 이상 "나를 뽑아주세요(Pick Me)"가 아닌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로 접근하게 된다. 현재 이 기업이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스타트업이라면 투자 단계는 어디인지, 제품 주기는 어떤 단계인지를 살펴보면서. JD의 주요 업무와 우대사항 속에서 진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데 집중하게 된다.
'지피(知彼)'를 끝내고 나면 '지기(知己)'를 시작할 차례다. 나의 모든 경력과 경험을 나열한 뒤, 이 회사가 원할 만한 키워드를 추출하고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작업을 해야한다. 바로 필요없는 것을 덜어내는 일이다.
"이거 빼기 너무 아깝다", "이거 빼면 정말 쓸 게 별로 없는데"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처럼 쓸데없는 과대포장보다는 정말 핵심 한 줄, 한 단어만 있어도 그게 기업이 원하는 것과 핏(Fit)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실무에 들어와서 더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회사의 니즈와 맞는 단 하나의 경험(Keyword)이다. 예를 들어, 내 경우 사이드프로젝트의 'HR도메인','0to1','B2B SaaS' 가 실무 경력이 없음에도 PM으로 직문 전환할 수 있었던 핵심 키워드였다. 툴 사용법이나 자격증보다는 실제 문제 해결 경험이, 다양한 경험보다는 가장 연관성 높은 한 가지 경험이 더 중요한 것이다.
비IT 직군에서 PM으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접근해보자. 어떻게 하면 남들처럼 이력서를 채울까가 아니라,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 경험으로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자.
그게 바로 진짜 PM다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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