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길
글쓰기 모임에서 불쑥 질문이 날아들었다.
"Kaei님은 왜 요가를 하세요?"
그 질문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며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요가 지도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때때로 열정이 식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납득할 만한 답을 찾거나 핑계가 될 만한 이유를 찾아내며 다시 용기내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한 걸음 내디뎠다. 하지만 오랜만에 타인을 통해 받은 이 질문은 내 마음 깊은 곳을 다시금 잔잔하게 흔들어 놓았다.
나는 왜 요가를 하고 있을까?
제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하루에 열 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 두 번 요가 수업을 한다. 사업적으로 적극적인 것도 아니고, 큰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작은 규모로 요가를 나누는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반쯤 백수 같은 삶을 스스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삶에 정말 만족하고 있을까?
과거에는 답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가의 궁극적인 경지에 도달하고 싶었고, 그 깨달음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공기 중에 떠도는 무수한 부유물 중 하나처럼, 나 또한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특별할 것 없는 존재로, 뚜렷한 방향 없이, 떠돌며 살아왔다. 혈기왕성했던 젊음의 활력과 열정을 동력 삼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부지런히 살아왔지만 은행 잔고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반복하는 삶,그렇게 20년을 살아도 똑같이 되풀이될 듯한 현실 속에서 나는 문득 숨이 막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답을 찾지 못한 채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갔다.
나 자신에 대한 통찰과 이해는 부족했지만, 무성하게 가지를 뻗어가는 여름의 왕성한 식물처럼 오로지 지금보다 넘치는 생명력 그 자체로 푸르른 젊음의 시절이었다. 그 여름의 열기가 꺾일 즈음, 나는 삶이 궁금해졌고 그 질문들이 나를 요가라는 새로운 문 앞에 데려다 놓았다.
요즘 요가는 너무나 보편적인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각자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요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경험과 체험, 알고 있는 정보에 따라 요가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요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대 인도에서 전해 내려온 영적 수련이며 몸과 마음 너머의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길이다.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동작과 개념이 추가 되었지만, 본래 요가는 아주 단순했을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을 바탕으로 자세를 만들고 호흡을 탐구했던 고대 요기들의 진리 탐구의 실천이였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의식 차원, 존재의 본질까지 탐구하여 얻은 정수를 요가 철학과 수련에 녹여 후대들에게 전해주었을 것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믿음과 세계관에 따라 요가에 대한 이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우리 각자가 발견하는 모든 수행의 길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 수많은 선택지 중 요가라는 길을 선택한 것뿐이다.
현재, 요가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라는 세계관 속에서 나는 요가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요가는 '나'의 근간이 되는 몸을 건강하고 바르게, 그리고 정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우리 몸이 지닌 지혜와 생명의 신비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며 이해가 깊어질 수록 감사한 마음으로 차오른다. 이완되고 균형 잡힌 몸의 상태는 깊고 고른 호흡을 가능하게 해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마음은 안정되고 불안이나 긴장감이 서서히 줄어든다. 조화로운 심신의 상태는 집중된 마음 상태를 유지하게 하며, 인간이 삶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나눌 수 있게 한다. 결국 요가는 내가 나의 삶의 주인공임을 알아가게 해주는 여정이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내 삶을 내 방식대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하며, 순간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삶이 주는 모든 순간을 사랑과 감사함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요가적인 삶의 의미이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한순간 찬란히 빛나다 사라지는 혜성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짧고 아름다운 순간들의 연속이다. 나는 요가라는 세계관을 통해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당신의 삶이 그 자체로 빛나고 소중하다'는 것을, 이 말을 전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니까. 그리고 나는 그저 나만의 요가를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