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사랑이 되어

by kaei

당신과 함께 있으면

햇살이 들다가도 어딘가 그림자가 집니다.

당신은 따뜻한 손을 가졌으면서도

파도가 비껴가는 돌처럼

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짧은 문장 하나에

심장이 작은 새처럼 파닥이고,

답이 없는 시간 속에서는

홀로 계절을 몇 번이나 건넙니다.


잊어야지, 이쯤에서 멈춰야지

마음을 단단히 묶어두면

어김없이 당신은 가느다란 불씨로 나타납니다.

잠잠했던 가슴이 다시 뜨겁게 타오르고,

차갑게 굳혔던 결심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체한 배를 데워야 한다며

핫팩을 사 오겠다던 그 한마디.

나는 그 말속에서 사랑을 들었습니다.

아니, 사랑이기를 바랐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그리웠던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다가오던 그 온기가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저녁의 안부와 아침의 체온을 건네줄 사람.

별일 없는 하루를 나눌 사람.

그 자리에 당신이 서 있기를 조용히 바랐습니다.


그러나 내 보폭만큼 걸어오지 않는 당신 앞에서

나는 자꾸만 나를 반으로 접습니다.

그리움은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밤이 되면 스스로 찾아옵니다.


나는 당신이라는 사랑을 원했지만,

어쩌면 당신을 그리워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 살아있음의 감각이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빛나는 나,

기다려지는 나,

불려지는 나.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그 떨림의 근원은 당신이 아니라

내 안에서 타오르는 불씨였다는 것을.


나는 누군가의 곁불에 기대는 작은 불씨가 아니라,

스스로 타오르는 빛이었다는 것을.


그래도 가끔은 그 순간이 사무칩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그토록 또렷이 느끼던

그 찰나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사랑한다는 말은, 실은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해주어야 했던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