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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Apr 19. 2024

여기 다방 할 거라며?

라고 다정한 옆집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2024년 나의 목표 중 하나가 홍차 전문점을 운영해 보는 것이었다. 가게 할 곳을 찾아보니 만만치가 않아서 여동생집에서 가게를 열기로 하였다. 이미 정원이 만들어져 있고, 한옥에 기와집이라 운치도 있고,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보니 조용하기도 하다. 넓지 않은 공간이어서 부담이 없고, 월세 걱정도 안 하게 되니 나로서는 아주 안성맞춤이다.


  젊은 날 나의 꿈은 두 아이들이 독립을 하고 난 후 은퇴를 하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직 나만의 공간에서 나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때가 온 것이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홍차전문점을 준비 중이다. 


 가게 이름은 'Black Tea House'로 간단하게 지었다. 그냥 홍차집이다. 예쁠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르기로 했다. 홍차를 담는 찻잔을 사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빵을 담을 접시와 샐러드와 과일을 담을 접시도 크기별로 사 모으고 있다. 보고 또 봐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런 순간이 행복하다.


  옆집에는 다정한 할머니 한분이 살고 계신다. 어쩌다 시내 볼일이 있을 때 시간이 맞으면 나와 내 동생의 차를 함께 타고 나가신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여기 다방 할 거라며?"라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예, 아주 예쁜 다방을 할 거예요."라고. 말하자면 나는 다방마담이다. 마담의 얼굴이 예쁘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는 편안한 장소 제공은 할 수 있다.


  다방이라... 커피와 차, 그리고 간단한 음식을 마시고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깨끗하고 편안해야 하며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야 한다. 물론 음료와 간식은 맛이 좋아야 한다. 노력하고 있다. 


  이 마을은 30 가구로 구성된 농촌마을이다. 큰길에서 많이 떨어져 있지 않으며 마을을 끼고 제법 큰 강이 흐르고 있다. 뒤로는 산이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조용하고 한가한 마을이다. 동네입구에는 수호신 같은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쌍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 큼직한 나무로 된 평상이 있어 이 마을 어른들의 쉼터가 되어 주고 있다.


  이곳에도 나처럼 외지인들이 하나둘씩 터전을 잡기 시작한다. 이 마을도 폐가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이런 폐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버섯 농사, 깻잎농사, 그리고 메주사업을 하시는 분도 들어와 계신다. 앞으로도 다양한 직종이 들어와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나의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이 마을 다방주인으로 남을 것이다. 어느 날은 예쁜 다방, 또 어느 날은 편안한 다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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