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매일 아침, 차 한잔으로 하루의 문을 연다.

by mini

작년 이맘때 나의 카페 첫 손님을 기억해 본다.

중년의 남녀 두 분이 유리문을 스르륵 열고 들어왔다.

어서 오라는 인사도 서툴고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운 나에게, 그분들은 자신을 '차를 전문적으로 만지고 다루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다.

갑자기 내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한마디로 쫄았다.

나는 두 분께 말씀드렸다.

"너무 떨려요"라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순수한 그 '떨림'은 없어졌다.

대신 '청결'이라는 단어가 나를 쫄게 한다.

이곳은 한옥을 개조하여 카페를 만들었다.

하여 온갖 벌레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아침에 제거한 거미줄이 오후에 손으로 뜨개질을 한 듯 촘촘하게 줄 쳐져 있다.

심지어 박쥐도 문짝에 납작 엎드려 붙어 있다.

닦고 또 닦고 쓸고 또 쓸고를 반복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가끔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주로 나 혼자 있게 된다.

저음의 첼로 연주 음악도 끄고, 오롯이 빗소리에 나를 맡긴다.

눈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과거의 추억까지 등장한다.

순식간에 나의 카페에는 나만을 위한 것들이 한가득이다.

무차를 맑고 따뜻하게 내려서 비를 앞에 두고 앉아서 한 모금 한 모금 마신다.

변하는 세월 따라 한발 한발 걷듯 그렇게.

이쯤 되면 손님이 온다 해도 앉혀줄 공간이 없다.

이미 나 자신으로 가득 차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힘든 날도 있다.

주말에 식사시간도 없이 일을 할 때면, 피곤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내 온몸을 일렁거려놓기도 한다.

손님들의 이런저런 카페 관련 이익과 관련된 질문들이 나를 상처 나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이 호젓한 공간은, 젊은 날 열심히 일한 대가로 주어진 선물이리라.

아침마다 내 기분과 제일 잘 어울리는 찻잔을 골라서, 묵직하되 가벼운 차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여유 또한 나만의 사치이리라.

마음에 드는 이에게 찻잔을 하나씩 선물을 할 수도 있을 만큼 나는 많은 찻잔을 가지고 있으니, 힘들다는 말은 아주 작은 엄살임을 나는 안다.


카페 마당에는 철 따라 이런저런 꽃들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오갈 때 없는, 그리고 상한 음식을 입에 물고 다니는 길냥이들에게 끼니를 내어주고 있다.

카페 앞 개울에는 다슬기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어둠이 내리면 모내기를 한 무논에 개구리들이 떼창을 하고 있다.


아름답고 풍부한 여러 가지 선물을 얻었다.

대신 내게서 앗아간 것도 있다.

십여 년간 함께 살아온 나의 분신 공황장애가 어느새 내 곁을 떠나갔다.

아직도 일부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 하지만, 더 이상 나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완전히 나를 떠나가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이제는 편안한 이 상태를 어느 누구와도 나누며 살아도 되는 나의 마음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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