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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라파 Mar 15. 2023

시험관 시술 저자극 요법
- 나는 또 시작한다!

“제발 꼭 수정되어 주라”


시험관 시술 저자극 요법 - 나는 또 시작한다!

“제발 꼭 수정되어 주라”



지난 1월 새해가 들어서자마자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다. 병원 일정이 시작되면 몸도 바쁘지만, 마음도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대구로 가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생리 2일 차에 맞추어서 병원 진료를 보고 늘 그렇듯이 저자극 요법으로 시작! 


저자극 시험관 시술은 과배란에 사용되는 주사의 양을 최소화하여 하는 시술을 말한다.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만드는 게 정상인데 시험관 시술은 과배란을 유도해 한꺼번에 많은 난자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얼마 전에 시술한 친구는 한 차수에 40개의 난자를 채취했다. 난임의 원인이 다낭성이면 개수가 많다. 40! 나에게는 꿈의 숫자! 내가 2년 내내 시술을 해도 만들 수 없는 불가능의 숫자이다. 




나도 이렇게 많은 난자를 채취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난자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 아무리 용량 높은 과배란 주사를 맞아도 난자의 개수는 늘지 않는다. 그래서 아예 저자극 방법으로 한다. 약도 주사도 적게 쓰니 경비는 절약되지만 중요한 건 난자 개수가 적다. 생리 3일째부터 배란유도제 알약 클로미펜을 5일 연달아 먹고 3일 차부터 과배란 주사가 들어간다. 내가 처방받은 건 IVFM 75 2개와 성장호르몬 유트로핀! 


그리고 4일 후에 진료를 보았다. 초음파를 보기 전에 늘 마음이 조마조마! 초음파 기계가 몸속으로 들어가고 난 뒤 깊은 호흡을 가다듬고 누워서 내 시야에 보이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잘 크고 있는 실제 난포는 동글동글하다. 확대해서 보니 크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다. 


생리 7일째 보이는 숫자는총 3개! 오른쪽 2개 왼쪽 한 개다. 이 정도면 거의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난자기능저하이다 보니 아무리 주사를 맞아도 개수는 늘지 않는다. 슬픈 얘기지만 10년 정도 나의 난자 개수는 동일했다.그리고 다시 3일 후 병원 진료! 생리 후 3번째 방문이면 거의 난자 채취 날을 잡는다. 이날도 초음파를 보기 전에 애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제발 많이 커라…. 3개가 골고루 커 있기를 .... ”


초음파 결과 16mm 2개, 17미리 mm개 그리고 아주 작은 사이즈 10 mm도 안되는 게 하나! 

한 놈 더 생겨서 총 4개이다. 개수도 중요하지만, 난포 사이즈가 균등해야 난자를 채취할 가능성이 크다. 진료를 보는데 선생님이 이틀 뒤에 채취하자고 하셨다. 난포 터지는 주사를 처방받고 난자 채취 날도 잡혔다. 다행히 설날 전이라 일정상의 문제는 없었다. 




생리 12일째 난자채취를 했다. 전신마취를 하고 시술을 하기 때문에 채취결과는 마취를 깨고 알 수 있다. 마취를 깨고 난 뒤 내 배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바로 모래주머니! 지혈을 하기 위해 올려놓는다고 한다. 엄청 무겁다. 똥배가 쏙 들어갈 정도로...배의 통증에 신경 쓸 여력도 없이 마취가 깬 후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난자 개수! 아직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은 끊임없이 난자 개수만 생각한다. 나처럼 난자 기능 저하에 개수가 적은 경우 공난포도 나 올 수 있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악몽! 공난포는 난포의 모양은 보이는데 채취하면 안에 난자가 없는 경우이다. 한마디로 알이 없는 가짜 난포이다. 


채취하고 난뒤 의사 선생님은 볼 수가 없다. 마취가 서서히 깨고 나면 간호사가 와서 혈압도 맥박도 체크하고 난 뒤 자궁 속에 있는 거즈를 꺼내준다. 아마 채취하면서 피가 날 테니 자궁 안에 거즈를 넣어 준다. 그걸 뺄 때가 제일 불쾌한 기분이다. 마치 줄줄이 사탕이 끊임없이 나오는 듯이 밑이 빠지는 느낌이다. 


"OO씨! 화장실 다녀오세요."


링거를 높이 들고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본다. 그리고 휴지에 묻어 나오는 피의 양을 체크한다. 큰 하혈이 없으면 나갈 수 있다. 화장실을 갔다가 기다리고 있는 그 순간이 사실 영화에 비교한다면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바로 채취결과를 듣는 순간이다. 서서히 마취는 깨면서 속으로 또 기도하기 시작한다. 


"제발 공난포가 아니기를…."




링거를 뽑고 옷을 갈아입으란 뜻은 분명 공난포가 아니다. 모두가 공난포인 경우 선생님이 나를 위로하러 따로 오시기 때문이다. 우선 한시름 돌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결과지를 들고 오는 간호사를 빤히 본다. 그리고 종이 위에 적힌 숫자! 4! 4개이다. 오!! 이 정도면 로또 수준인데....

3개는 상태가 좋을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선생님이 작은데도 뽑은듯하다. 여하튼 저번 차수 공난포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난자 채취 후 관리를 위한 사후 조치가 적힌 종이에 난자 개수는 정말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혹여나 다른 환자가 보면 속상할까 봐 타인에게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 병원의 배려이다. 난 4개 뽑았든데 다른 사람 20개 뽑은 걸 바로 옆에서 보면 그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수정전 배아를 모아야 하기에 바로 이식을 할 수가 없다. 나의 소중한 난자 4개와 남편 정자를 병원에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 3년 동안 시험관 시술을 하면선 이식을 3번밖에 못했으니 정말 배아 하나가 다이아몬드보다 더 소중하다. 여하튼 이번 차수는 성공적이다. 4개 채취! 





“애들아 제발 잘 자라줘” 


병원을 한참 쳐다보며 두고 온 남편과 나의 정자, 난자…. 그리고 수정될 배아를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를 하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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