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식이 전부가 아님을
나도 물론 부잣집 자녀는 아니지만, 당연하게 생각하며 누려왔던 것들이 사실은 엄청난 특혜일 수도 있었겠다 나는걸 하나하나 깨닫는 요즘이다.
6~7n 년 만에 처음 비행기 타보는 부모님, 제가 더 잘할게요 같은 글들을 읽다 보면 나보다 더 많은 나라들을 여행한 부모님과 외조부모님이 새삼 그게 당연한 게 아니구나 싶고 한동안 1년에 3~4번은 여행 다닌 내가 얼마나 즐기며 살아왔는지 싶어진다.
번잡한 건물들을 들어가고 나갈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뒤를 보지도 않고 본인만 빠져나가는 앞사람 때문에 이마를 세게 부딪힌 경험 후에는 앞사람과의 간격을 좀 더 띄어서 걷게 되었다.
아무리 인도에서 걷더라도 폭력적으로 운전하는 차들이 가득한 차도 가까이는 위험하니까 성별 상관없이 지인들을 안쪽에 걷게 안내해 주는데, 남자들에게도 그런 배려를 한다고 의아해하는 시선을 몇 번 경험하고 의문이 생겼다. 무슨 상관이지? 위험한 건 모두에게 똑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차도로 나가서 걷는 건 물론 아니다. (인도 중앙쯤에서 걷더라도 더 안쪽에 지인이 걸을 뿐)
이혼부부는 미디어에서만 접한다고 생각해 왔던 차에 실제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시는 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결혼 직전 파혼하는 지인의 소식을 듣기도 하면서 아이는 당연히 부모가 키운다, 날을 잡았으면 당연히 결혼한다, 와 같은 나의 좁은 시야를 알게 되었다.
또 뭐가 있을까. 아니다 싶은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라던지, 나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의지 같은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그리고 나의 좁은 시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보다 더 언행에 신중을 가하게 된다. 이제야 조금이나마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앗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아직 어른 되려면 먼 거 같기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