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큼 끝도 중요하다
처음 파리를 갔을 때의 설렘을 기억한다.
워낙 여행을 혼자 다니다 보니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일본도 꽤 늦게 처음 갔었고 유럽 또한 주위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늦게 가봤다. 2016년 봄 첫 파리 (이자 유럽 여행)를 시작으로 2017년 여름 그리고 2023년 가을에 다녀왔다. 다음은 겨울이어야 하려나.
파리는 내 최애임과 동시에 애증의 도시다. 파리가 주는 사랑 가득한 연인의 도시 이미지와 달리 실제 도시는 더럽고, 냄새나고, 냉정하다. 처음 비수기 때 갔을 때의 불친절함과 그다음 성수기 때 갔을 때의 친절함의 온도차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서부터 세뇌당해서일까, 나에게 파리는 그저 한없이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도시로 늘 기억에 남아있다.
집시 소녀가 내미는 장미라던가, 센강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강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튈르리 정원에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휴식하는 모습들. 처음 파리 여행 이후로는 화이트 에펠을 굳이 보러 가지 않았지만 에펠탑이나 루브르, 오르세가 아니더라도 파리는 도시 곳곳 눈에 담을 구석구석이 참 많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몇 세기 전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파리.
보통 면접 때와 소개팅 때는 특히나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잘 웃기만 해도, 밝게 인사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왜일까, 신기하게도 파리는 끝 인상이 늘 강하게 남아있다. 첫인상은 정말 딱 "담배 냄새와 개 똥" 이어서 일본인들의 파리 신드롬이 왜 생겨났는지 단번에 이해가 될 정도였는데 정말 희한한 일이다.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다음에 오면 여기 또 와야겠다 하며 당연히 이다음의 방문을 기대하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끝인상은 면접이나 소개팅보다는 퇴사와 비교할 수 있겠다. 유종의 미,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말의 동의어. 결국엔 첫인상도 끝인상도 모두 중요한 거겠지.
시작만큼 중요한 끝.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이 됐든 간에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실속 있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