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구조의 그림자

시스템이 먼저 움직이는 세상

by 한모루

일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수입이 끊겼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했다.
벌면 나갔다.
남는 건 거의 없었다.

1년쯤 지나니 이상했다.
돈은 오가는데, 내 삶은 그대로였다.
시간은 더 빠르게 흘렀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나는 게으르지 않았다.
그저 한계가 있었다.
시급으로 버는 구조 안에서는
아무리 일해도 결과가 같았다.
더 일할수록 피로가 쌓였다.
시간이 줄었고, 몸이 망가졌다.

그때의 결론은 단순했다.
“투정부릴 시간에 일하자.”
“내가 벌어서 내가 갚자.”
그게 내 방식이었다.

분노는 없었다.
이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내가 선택했고, 그 결과를 살았다.
그래서 그냥 일했다.
버는 만큼 써야 했고,
안 벌면 무너졌다.

그렇게 계속 돌았다.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됐다.
달력은 바뀌었지만, 통장은 같았다.

그때 알았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었다.
구조가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시스템이 이미 방향을 정해놓았다.
나는 그 안에서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걸 깨닫는 데 1년이 걸렸다.
그제야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하면 빚은 갚을 수 있겠지만,
이 생활은 끝나지 않겠구나.”

그날 이후로 계산을 다시 했다.
버는 돈 안에서,
작더라도 미래를 위한 몫을 남기기로 했다.
그게 처음이었다.
버티는 게 아니라 바꾸는 시도였다.

그때부터 알았다.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구조를 이해해야 길이 생긴다.

그건 패배가 아니라 자각이었다.
시스템은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법칙을 보기 시작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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