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선택의 환상

자유처럼 보였던 족쇄

by 한모루

사업을 정리했다.
망한 건 아니었다.
더 내려가기 전에 멈춘 거였다.
그게 내 선택이었다.

끝은 보였다.
빚은 불어나고, 숨은 줄어들고 있었다.
직원 월급, 물품대, 운영비.
줄이면 바로 문제가 생겼다.
컨트롤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멈췄다.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게 살 길이었다.

사업을 접은 다음 날,
통장을 봤다.
남은 건 채무 내역뿐이었다.
매달 400만 원이 나갔다.
이게 내 현실이었다.

몸은 비워졌는데, 마음은 더 무거웠다.
자유는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다짐했다.
빚을 정리하는 것 외엔 어떤 소비도 하지 않는다.
돈이 남으면 갚는다.
잔고가 생기면 더 갚는다.
아끼는 건 자신 있었다.
절제는 내가 유일하게 믿는 기술이었다.

그 다짐이 나를 버티게 했다.
동시에 나를 묶었다.
하루의 목적이 빚이 되었고,
그 외엔 아무 감정도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설명할 이유도, 용기도 없었다.
창피했다.
이건 두 번째 추락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살았다.
불필요한 연락을 끊고, 대화를 줄였다.
계산하고, 갚고, 다시 계산했다.
그게 일상이었다.

그 시절, 내 입에서 자주 나온 말이 있다.
“괜찮아. 돈일 뿐이야.”
“고작 돈일 뿐이다.”
그 말은 위로였다.
동시에 경고였다.

그 말을 반복할수록
돈의 무게는 줄었고,
현실의 선명함은 깊어졌다.

돈은 적이 아니었다.
그냥 구조였다.
나는 그 안에서 버티는 중이었다.

빚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게 유일한 성취였다.
돈이 빠져나가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무언가를 되찾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자유가 아니었다.
절약이라는 이름의 감옥이었다.

카드를 자르고, 사업을 접고,
이번엔 숫자로 나를 묶었다.

그때의 나는 자유를 찾은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조용한 감옥을 새로 세웠을 뿐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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