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시간의 빚

눈에 보이지 않는 부채

by 한모루

사업을 정리한 뒤, 한동안은 그냥 버텼다.
돈은 갚아야 했고, 일은 계속해야 했다.
새벽엔 다른 일을 했다.
낮엔 내 일을 했다.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잠은 늘 부족했다.
새벽해를 보며 잠시 눈을 붙였다.
해가 중천으로 가기 전에 다시 일어났다.
몸이 아니라 시간이 버텼다.

부채는 조금씩 줄었지만,
이상하게 여유는 생기지 않았다.
일을 많이 하는데도
하루는 더 짧아졌다.
그땐 그냥, 그게 어른의 삶인 줄 알았다.

예전엔 돈이 문제였다.
이제는 시간이 문제였다.
돈을 쓰던 자리에 시간이 들어왔다.
갚는 건 여전했다.
다만 단위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통장 대신 시계를 봤다.
언제쯤 이 생활이 끝날까 생각하면서.
그때는 진짜,
시간이 내 편이라고 믿었다.

나는 내 시간을 시급 단위로 팔고 있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그땐 그게 살아가는 방법인 줄 알았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었다.
하루를 쉬면, 하루치가 밀렸다.
그래서 그냥 일했다.
멈추면 불안했고,
계속하면 무력했다.
그 사이에서 살았다.

사람들이 물었다.
“요즘 어때요?”
나는 늘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지 않았지만,
그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시절엔 몰랐다.
시간을 많이 쓴다고
삶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땐 그렇게라도 해야
늦지 않을 거라 믿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이
하루를 계속 밀어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시간을 번 게 아니라
계속 빌려 쓰고 있었다.
그 이자가 얼마나 큰지도 몰랐다.
그저 버티면 된다고 믿었다.

그땐 몰랐다.
시간이 돈보다 더 무서운 빚이라는 걸.

월요일 연재
이전 04화3장. 선택의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