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대에 입학하기 전부터 관심 있는 과가 매우 단순했다. family medicine (가정의학과), peds (소아과), 아니면 소아정신과. 생각해보면 이 세 과의 공통점은 필수의료이다. 사람들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질병을 care하는 과이다.
사실 이런 말에 상처받은 적도 있다. "와~ 소아과 가고 싶다면 진짜 공부 못해도 되겠다!"
(속마음) ㅠㅠ
그치만 티는 내지 않았다...
또 <성장과 노화> 수업 때 소아과 교수님께서 "소아과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세요~" 했을 때, 나와 다른 언니만 손을 들었는데, 나는 좀 쭈뼛쭈뼛 들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촌동생이 있다. 그 사촌동생의 수가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이 되었긴 하지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는 사촌동생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같이 christmas party 하겨나 여름 방학 때 sleepover 하는 것도 좋아했다. 나는 제주도에 사는데 학교가 다 서울/미국이라 제주에 친구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사촌동생들이랑 놀아주기로 했다! (나도 사실 걔네랑 노는 게 진짜 재밌었다.)
아이를 잠깐 보는 건 진짜 귀엽다. 근데 아무리 귀여워도 1~2시간 정도 놀아주다보면 지친다. 아이들의 활기찬 에너지에 기가 빨린다. 그래서 아무리 걔네가 귀엽고 좋아도, 얘네를 재우고 나 혼자 밤에 핸드폰 하는 타임이 좋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아이들을 좋아해도 쉽게 미래에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상상을 할 수 없었다.
아이랑 1박 2일 시간 보낸 것도 이렇게 힘든데, 부모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생각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 의대 공부로 힘들 때 사촌동생들과 함께 하며 즐거워하는 나를 보면서, 아이들을 보는 과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아정신과 or 소아과가 내 마음 속에 있었다.
가정의학과도 마음 속에 열어놓았다. 사실 정신과는 요즘 너무 인기라 내 성적이 부족해서 못 가면 내가 속상할까봐 (?) 지금은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가정의학과도 option에 열어둔 것이다. 나는 사실 나중에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의학 전문 기자로 활동하거나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가정의학과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를 "참의사" or "슈바이처의 마음을 가진 의사" 뭐 이런 식으로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나도 깔끔하고 예쁜 거 좋아하는 그냥 20대 여자다. 개개인의 선택에는 이유와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으니까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미래에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의사는 되고 싶다. 내가 가진 지식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주고 싶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치료 과정 내내 환자 곁에 있어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자~ 그렇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데, 의료 파업의 여파 때문에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서 필요한 곳에 도움을 구하고, 이렇게 글쓰기로 의대생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다.
현명한 어른들이 도와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