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유급한 감사한 의대생

by 얼그레이

gap year가 나름 일반적인 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gap year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일단 고개를 갸우뚱한다.


"gap year" 그게 뭔데? 그때 뭐할 건데?

공백기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우리 윗어른분들은 이해하지 못해한다.

"아무 의미도 없이 시간 날려서 뭐해~ 그냥 빨리 취준해" 이런 말을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의전원에 다니고 어쩌다보니 공부를 오래 오래 하게 되었지만

이런 취업 압박 속에 사는 내 친구, 동생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왜 우리는 '쉬었음 청년'을 이해하지 못할까?


사실 나는 의료파업에서 이탈한 '감사한 의대생'이다.

그렇다, 4과목만 더 들으면 무사히 1학년을 마치는데, 하필 그때가 의료파업 시기였던 것이었다. 참 타이밍도 좋지 않았고, 나는 나만의 결정을 해야했다. 나는 그냥 드러눕는다고 윗분들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라는 걸 애초에 믿지 않았다. 당시 의전원장님께서도 '책임을 질 수 없다고'하시기에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이 얘기가 와전 되어서 나는 동기들을 버리고 앞질러가는 "감사한 감귤 의대생"이 되어버렸다. 속상했다. 방에서 악플들을 보고 무서워하고 혼자 많이 울었다. 그렇지만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라는 노래가 있듯이, 나를 죽이지 않기에 나는 엘사처럼 조금은 강해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무서운 얘기를 보거나 들으면 힘들긴 하다. 그래서 글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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