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2세에 고민해보는 인생의 의미
만 42세, 하는 일은 광고대행사의 AE(기획자, 영업자),
연봉은 그래도 이 나이의 여성치고 꽤 되는, 전략 2팀의 팀장.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으니 인센티브는 아마도 없을 것이고,
(팀원 1인당 연간 내수 5억은 빡세지 않나)
이대로라면 짧으면 3년, 길면 5년,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의 시간.
그 후에도 다른 일을 할 순 있겠지.
하지만 지금처럼 월 실수령액 800만원 가까이를 찍진 못하겠지.
저물어가는 나이가 왔다는 신호.
2024년 8월 29일
내 인생의 전부였던 엄마가 짧은 투병생활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가신 뒤,
나는 그야말로 리셋됐다.
아 '뭣이 중헌디'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게.
왜 다들 전전긍긍 일하는지
왜 저리들 힘들게 사는지
뭐가 그렇게들 갖고 싶은지
(물론 그럼에도 물욕이 치고 올라오는 순간은 있다)
1년 넘게 공허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오다가
불현듯 떠올랐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죽고 사는 일 아닌, 별거 아닌 이런 잡일 말고
인간의 대소사 말고 대사에 관여하고 싶다.
그래, 매년 연봉 억 넘게 벌면 뭐하나
어차피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데..
내가 번 돈 내가 다 쓰고 죽는 일은 불가능할텐데.
나는 좀 진득한 성격이 아니다.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충동적으로 행동에 옮긴다.
그렇다고 사고를 치며 살아온 건 아니고,
그냥 인생의 주요한 결정이라는 걸
생각보다 (남들보다)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고
해버리는 사람이다.
오래 고민하고 결정하면 후회를 안하나?
절대 아니거든.
모든 선택엔 후회가 따른다.
그러니 하고 후회 하는 편이 낫다는 것.
죽고 사는 일에 관여하기 위해
만 42세에 간호대학을 한 번 도전해보겠다.
목표는 호스피스 간호사.
일하고 싶은 곳은 용인 동백 성루카 병원.
왜인지는 모르겠다. 엄마가 돌아가신 전후로
동백 성루카 병원에 대한 후기와 게시글들을 좀 봤었는데,
그 병원의 사진을 보고 평온함을 느꼈다.
건물, 정원, 병실,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
왠지 그 곳은 지구상에 있는 어느곳 보다도
엄마에게 가까운 곳일 것 같은 느낌이다.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며 달려온 인생이었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도와주고 싶다. 그들 곁에 있어주고 싶다.
가족과의 이별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힘이되는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그래, 못할 것 없지.
간호대 3년? 등록금과 생활비는 준비되어 있지.
내가 이러려고 그동안 열심히 일했나보다.
간호대학 가려고 마음 먹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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