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가 같이 사는 우리 가족 행복 비결

늘 서로가 궁금한 우리 집

by 른다



우리 집은 삼대가 같이 산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작년 1월, 할머니를 모시게 됐다.


난 할머니와 관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같이 사는 건 다른 문제였다.

처음 할머니와 살게 되었을 땐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고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난 ‘우리 네 가족’의 일원이었고, 그 안에 할머니는 없었다. 가족들 생일이며 명절, 여름휴가 등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친가 식구들은 꽤 자주 모이는 편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가끔 만나 좋은 것만 나눌 수 있는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고 평소 그렇다 할 지병이 없으셨던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 심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엄마와 아빠는 온 신경을 할머니에게 쏟아야 했고, 나와 동생도 낯선 환경에 던져진 할머니를 최선을 다해 살폈다. 평생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할머니와 네 사람이 하루하루를 맞춰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할머니는 낡은 집에서 가져온 묵은 주방도구들을 새 주방에 채워 넣으셨다. 쑥가루를 비롯한 정체불명의 비닐봉지들이 안 그래도 터질 것 같던 냉동실을 점거했고, 모던하게 꾸며진 거실 바닥에는 화려한 꽃무늬 이불이 펼쳐졌다.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행복하게 산다.

갑작스레 오십 넘어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우리 엄마, 장남이라는 이유로 모든 부담을 떠안고 더 확장된 가족의 가장이 된 아빠, 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하게 된 동생과 나, 그리고 누구보다 이 집이 어색하고 모든 변화가 편치 않을 할머니까지. 우리는 서로를 봐주기로 했다. 물론 가끔씩 찡그려지는 일이 생길 때도 있다. 번거롭고, 속상하고, 귀찮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봐주기로 한다. 우리가 넷이 살아도 완벽할 수 없었던 것이 다섯으로 늘었다 해서 완벽해지지도, 그렇다고 무너지지도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저 보살필 가족이 한 명 더 늘었고, 그래서 서로를 조금 더 궁금해할 뿐이다. 오늘은 뭘 했는지, 어딜 다녀왔는지, 밥은 먹었는지. 약은 먹었는지, 전에 봤던 시험은 어떻게 됐는지, 머리는 언제 자르러 갈 것인지. 그런 사소한 관심이 이어져 대화가 되고, 오늘도 우리 가족은 꽤나 행복하게 하루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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