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심각한 나의 언어 습관
코로나로 근 2년간 집에만 있으니 완벽한 문장을 말할 필요가 없었다. 가족들과는
“우리 그거 보자.”
“뭐? 드라마?”
“응. 그.. 그 배우 나오는 거 있잖아.”
“김혜수?”
뭐 이런 식의 대화만 나누니까.
예전엔 바로바로 나왔던 말들이 입에서 맴돌고, 점차 생각을 유창하게 전달할 수 없게 됐다. 엄마는 벌써부터 그러면 어쩌냐고 하시지만, 엄마를 닮아서 그렇…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선지 문장을 잇는 추임새를 자주 쓰게 됐다.
“요즘 약간 말하는 게 어려워. 전엔 진짜 안 그랬는데 약간 혀가 굳는 느낌? 진짜 답답해.”
의미가 죽은 단어들은 내용 전달을 해친다. 언뜻 매끄럽게 들리는 것 같지만, 의미를 뭉개고 느낌만 전달한다. 그래서 조심하려고 했더니 아예 말이 안 나오는 것이다. 부모님께 듣기론 생후 9개월부터 말을 했다는데 이제 와서 말하는 게 어렵다니. 어쩌면 좋을까?
instagram: reun_da (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