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고 즐길 수도 없어
카페에서 일하는 동생이 가끔 손님 이야기를 해줄 땐 둘 중 하나다. 상냥한 손님에게 감동받았거나, 진상이거나.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중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어린이 손님들은 천진한 얼굴로 동생의 마음을 녹이고는 본색을 드러낸다.
만화를 다 그리고 동생에게 보여주니
“언니. 이 정도면 귀엽지”라고 한다. 그 친구는 온 카페를 돌아다니며 테이블마다 지문을 찍고 다녔고 소파에도 그림에서처럼 누워있던 게 아니라 등받이 부분에 누워있었단다.(?) 아이 어머니는 무심한 듯 그러나 능숙하게 그 상황을 컨트롤하고 계셨고, 아이는 결국 바로 앉아 ‘김진상’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고.
회사에 들어가고 민원인들을 상대하니 이젠 저녁마다 동생과 진상 배틀을 한다. 카페 진상 대 고용센터 진상. 정말 피하고 싶지만 만날 수밖에 없는 그들을 즐길 순 없다. 그저 ‘진상’의 뜻을 모르던 이 아이라도 잘 자라나 그 별명과 관계없이 살길 바란다.
instagram: reun_da (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