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생일 일기
이사오던 날, 할머니 방을 함께 정리하다가 꼬깃한 편지지 두 장을 발견했다. 그것은 고백이자 다짐이자 스스로에게 남기는 생일 편지였다.
처음 이 일기를 보았을 때, 어렴풋이 알고 있던 할머니의 삶이 무겁게 와닿았다. ‘동대문- 가게 - 집 - 교회’ 이외에는 없었던 할머니의 일상이 어쩌다 학교로 흘러가게 됐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평소 자기 삶에 대해 무수히 되짚어 봤던 사람만이 무언가를 강하게 열망할 수 있는 것 같다. 그저 “하고 싶다” 정도가 아니라 “하고야 만다”가 되기까지 수차례의 좌절과 회복이 이어져 마침내 용기가 되었을 거니까. 공부를 향한 할머니의 열정이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이제는 꿈이자 기쁨이자 감사가 된 ‘공부’를 오늘도 이어나가는 할머니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instagram: reun_da (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