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를 결심하게 된 이야기
가만히 있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부터 “심심해”가 입버릇이던 내게 엄마는 “사람이 항상 재밌을 순 없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재미있기를 바란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상태’이길 바랬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도 회사에서의 바쁜 시간보다 무료한 시간이 더 견디기 힘들다. 공공기관 알바를 하면서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 억지로 붙잡혀 있을 땐 ”진짜 관두기만 하면 한껏 창의적인 인간이 돼야지. 이 아까운 시간, 알차게 써주겠어.”하고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긴 휴식이 주어지니 똑같은 시간을 더 아깝게 쓰고 있는 게 아닌가.
백수 생활 3주 차, 이젠 쉼에 잠식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자면 잘수록 졸리고 부지런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전날의 계획은 모래성. 가만히 있는 걸 못하던 인간은 화면 속 빠르게 흘러가는 콘텐츠의 흐름을 바쁘게 따라갔고, 그 손가락과 눈동자가 부지런할수록 허무함은 더해졌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하고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그렇게 위 만화 내용과 같은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홀로 시작했다. 이게 방학 계획표처럼 흐지부지 끝나지 않으려면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모든 중독이 그러하듯 습관으로 몸에 배어있는 걸 끊어내기란 어려우니 말이다. 그러나 올 해가 이만큼이나 지날 동안에 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한탄만 하긴 싫으니 이제라도 아껴 쓰려 한다.
instagram: reun_da (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