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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른다 Dec 05. 2022

출퇴근 지옥철, 정말 쉽지 않아.

언젠간 가능할까? ‘지하철 해방일지’


 최근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직을 하면서 '서울 인구 밀집 문제'에 일조하고 말았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나보다 먼저 취직을 했던 동네 친구들이 머지않아 자취를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됐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동네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길바닥에 4시간을 버리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4호선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 동네를 사랑한다. 높은 녹지율, 널찍한 도로, 편리한 기반 시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권까지. 취업이 아니고서는 이곳을 떠나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중 온전한 내 시간이 '네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내가 사는 곳을 한탄했다.


 최악의 밀집 사고를 지난 후여서 그런가 지하철 안에 거의 끼여있는 사람들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예전엔 다른 사람들과 닿는 게 불편한 정도였다면 지금은 약간의 공포심이 있다. 주요 역사를 지날 땐 이미 만원인 열차 안으로 쏟아지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그들도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야 하니까, 이 열차를 놓치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하니까. 이해해보려 해도 가쁜 숨을 쉬며 "밀지 마세요", "그만 타세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에 마음이 차갑게 식는다. 그렇게 열을 내며 삼주의 인수인계가 끝나고 재택근무 기간이 되었다.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하고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만으론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같은 일이어도 출퇴근에 빼앗기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으니 수월하게 느껴지고,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니 한나절을 빼앗긴 허탄한 기분에서도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복잡하고 지저분한데 비싸기까지 한 서울. 그곳에서 살기 싫다면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현재. 언젠간 이 지하철과 인파와 매인 시간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올까?



 


instagram: reun_da (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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