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응원
혼자 살다가 다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책상 하나 없는 집에서 글을 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무엇보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백수가 된 딸내미로서 부모님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었다. 최소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기 위해 집 근처에서 바로 알바를 시작했다. 부모님께 작지만 소중한 용돈을 드리며 그나마 스스로 위안을 얻었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갑자기? 네가 무슨 글을? 웬 작가? 라는 반응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계획이 있는지 잘 모르는 가족들 입장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인 만큼 응원받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나 역시 확실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선뜻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다.
천천히 내가 갈 길에 대해 탐색하고 공부했다. 글과 친해지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블로그에 책 서평을 업로드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서량을 늘리고, 어휘력 향상을 위해 틈틈이 필사도 했다. 글 쓰기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네이버 애드포스트를 신청해서 블로그로 수익을 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름 계획이라는 것이 생기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브런치스토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는 작가 승인을 받아야만 다른 사람이 내가 글을 읽을 수 있는 구조였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 나만의 감성이 담겨있는 글을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작가’라고 불린다. 가장 쉽고 빠르게 설 수 있는 나의 첫 무대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승인받기 어렵다는 후기가 많았지만, 불합격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한 번에 승인받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작가 승인 방법에 대해 공부했다. 네이버와 유튜브를 통해 작가 승인 절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브런치 작가가 쓴 <브런치스토리 합격전략> 도서를 읽으며 공부했다.
작가 승인 노하우를 완전히 터득한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 작가 소개서와 활동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단 하루 만에 승인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작가가 됐다.
체계적인 기획 과정을 거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알바가 끝난 오후 4시쯤 이른 저녁을 먹고 매일 저녁 6시쯤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글을 썼다. “카페 다녀올게.”라는 말만 하고 항상 집을 나서는 내가 대체 무슨 글을 쓰는지, 뭘 하고 오는지 궁금했을 가족들에게 이제는 말할 수 있었다.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을 연재할 것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가족들은 크게 와 닿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동안의 크고 작은 일들이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일까? 오히려 더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작가로서 성공할 수는 없지만 노력을 통해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응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브런치 북을 발간하고 내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매주 업로드되는 일정을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스타벅스로 출근했다. 어김없이 그날도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나섰다. “카페 다녀올게~!” 나의 외침에 처음으로 엄마가 답했다.
“잘 갔다 와~ 좋은 글 쓰고 와.”
그 말을 듣고 평소와 같이 웃으며 집을 나왔지만, 가슴 깊숙한 곳이 괜히 찡하고 울렸다. 열심히 하고 오라는 엄마의 가벼운 말이었지만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엄마는 여전히 몰랐지만, 꾸준히 글을 쓰러 나가는 내 모습만 보고 응원의 말을 건넨 것이었다.
참 단순한 말 한마디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불안들을 다 내려놓게 했다. 천천히 나아가겠다고는 했지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불확실함, 인정받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계획한 대로 잘 안됐을 때의 좌절감.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로 사실은 지레 겁먹고 있었다. 엄마의 응원 한마디는 어릴 적 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져 울고 있을 때, 내 손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이제 괜찮다. 하나도 안 아프다.”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내 울음을 멎게 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건네는 질문이나 응원은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작은 관심은 헬륨가스를 먹은 풍선처럼 사람을 쉽게 띄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나에겐 그 헬륨가스였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깨닫게 해주었다. 몸은 가볍지만 마음은 단단하게.
사소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불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조심스럽다면, 작은 질문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물음표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마침표가 되고, 그것은 곧 확신의 느낌표가 된다는 것을.
-작은 응원이 주는 큰 힘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