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위에 선 당신에게
2024년 3월,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꿈에 그리던 광고 회사에 입사했다. 첫 회사, 첫 사회생활, 상경. 이 모든 단어가 나를 설레게 했고, 광고 기획자라는 타이틀이 가슴을 뛰게 했다.
첫 회사에서 만난 우리 팀 선임들은 유난히 친절하고 따뜻했다. 광고의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며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회사에서 일 잘하는 신입으로 거듭나게 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들은 권고사직이라는 참담한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새로운 팀을 맞이하게 된 시점부터 내 회사 생활은 산산조각 났다.
무시와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퍼붓는 사람들 밑에서 5개월을 고통 속에서 버텼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회사가 망했다.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회사가 나 대신 먼저 두 손을 들었다. 그렇게 나는 8개월 만에 회사를 잃었다. 그리고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서울에서 홀로 하는 취업 준비는 이전과 많이 달랐다. 참 많이 외롭고 컴컴했다. 작은 원룸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려니 없던 우울증이 밤마다 찾아왔다.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그랬는지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세 번의 서류 탈락 끝에 이직에 성공했다. 전 직장보다 규모가 크고 얼핏 보기에는 괜찮은 회사였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되살아난 열정을 다시 한번 쏟아보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이 단단한 마음가짐도 출근한 지 2주 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경험이 부족한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기존 직원들과 나를 편애하면서 제대로 가르쳐 주는 일이 없었다. 내 작은 실수는 곧 그녀가 던지는 화살이 되어 수도 없이 나를 찔러댔다. 덕분에 한겨울에도 사무실에만 들어서면 손과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두려움과 부담감에 쌓여 매일 밤 울며 잠들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팀원들과 이별하고, 나름 의미 있는 첫 회사가 없어지고, 이직한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무시와 차별을 당했다. 인생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건 세상이 나를 버린 수준이었다.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고,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1년 동안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다 겪고 깊은 고민 끝에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왔다. 직장 생활, 비즈니스, 광고 이 모든 것들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워할까?’ 글쓰기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본가로 내려와 글 쓰는 방법부터 배웠다. 그리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이 하나둘씩 졸업을 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었다. 몇몇은 이미 취업에 성공하여 약 1년 전 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 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남들보다 빠른 길을 걷고 있었는데 괜히 지름길로 가다가 막다른 길로 접어든 기분이었다. 스물다섯 살은 절대 늦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조급함을 느끼고 말았다. 남들은 열심히 전진하고 있을 때 나만 후퇴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후퇴가 아니야, 방향을 튼 거지”
뒤엉켜 있던 감정들이 사그라들며 나를 진정시켰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목표를 가졌다는 것은 기존에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순간 찾아온 두려움으로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길이 있다. 처음부터 오르막길인 길, 평탄하다가 갑자기 내리막으로 꺾이는 길. 그리고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고 누구는 오른쪽, 누구는 왼쪽으로 간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누구는 틀리고 누구는 맞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속도의 차이는 있어도 옳고 그름은 없다. 각자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목적지가 다르다는 것이니까. 때문에 내가 더 오래 걸린다고 해서, 길이 더 험난하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확신을 가지고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어떤 장애물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혹여나 막다른 길이 나온다고 해도 그걸 부수고 가든 방향을 바꾸든 정답은 없다. 단지 내 선택만을 믿고 나아가야 할 뿐이다.
당연히 또 다른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파른 오르막길도, 가시밭길도 걸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 내기 위해서 이제는 계속 걸어야 한다. 잔잔한 속도로, 나만의 길로. 천천히 내가 갈 길을 가다 보면 살랑거리는 바람이, 들판에 핀 꽃이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