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中
<동백꽃 필 무렵>은 주인공 동백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이다. 동백은 어렸을 적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생계 문제로 어린 나이에 버려지면서 시설에서 자라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사귀던 남자 친구와 관계가 틀어져 본인이 먼저 뒤돌았지만, 이미 뱃속에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홀로 아이를 낳고 낯선 시골 동네에서 술집을 차려 새로운 삶을 살아 보고자 했지만, 동네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과 각종 오해 그리고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끊임없이 박복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버렸던 엄마가 눈앞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그저 원망하고, 미운 감정이 차올랐지만, 시간이 지나 그동안 서로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되고 그렇게 둘 사이에서도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동백을 성가시게 했던 사건 사고들이 해결되고, 그녀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동네 주민들도 동백의 진심을 받아들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불운의 시간들이 지나고 새로운 보금자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전혀 다른 인생이 시작되었다.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오는 대사들은 하나같이 울림이 있었다. 동백을 둘러싼 모든 인물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내며 어려움과 맞서 싸워 나간다.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순간만큼은 나에게도 긍정의 빛이 켜지는 것 같았다.
수많은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가 있다. 마지막 화에서 그동안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한 동백과 동백 엄마의 대화이다.
“해피 엔딩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껴 먹으면 맛대가리만 없지. 당장 배고플 때 홀랑 먹어야지. 그게 와따지. 그러니까 나중에 말고 장당 야금야금 부지런히 행복해야 돼.
“엄마는 그래서 문제야. 아니, 뭘 행복하자고 그렇게 기를 쓰고 살아? 행복은 좇는 게 아니라 음미야, 음미”
누구보다 행복이 간절했을 동백은 오히려 본인의 행복을 좇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더 험난할지도 모르는 길을 당차게 걸어갔다. 운명과 선택으로 인해 흘린 눈물만큼 그녀는 강해졌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고 스스로 기적을 만들었다. 기를 쓰고 행복을 좇지 않고 순간 찾아온 행복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음미라는 것은 음식을 먹었을 때 천천히 그 맛을 느끼고 감상하는 것을 말한다. 음식의 깊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입 속의 즐거움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음미라는 표현이 만나 풍미가 가득해졌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얻는 큰 행복도 물론 좋지만, 일상에서 찾아오는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곧 음미가 아닐까?
만약 동백이 크고 확실한 행복을 위해 기를 쓰고 달렸다면 해피엔딩이었을까 싶다. 유일한 그녀의 말동무였던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하는 일상에 만족하고, 어쩌다 가끔 내 편을 들어주는 동네 주민들에게 감동받는 삶을 살았기에, 그 사소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처럼 일시적인 도파민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행복은 속도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라는 것을. 순간적인 행복을 느끼기 위해 급하게 좇으려 하지 말고 가끔은 천천히, 여유롭게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행복은 그곳에 머무를 것이다.
“행복은 좇는 게 아니라 음미야, 음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