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지의 서울> 中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가 잠깐 서로의 삶을 바꿔 살며 각자의 상처와 성장을 마주하는 드라마이다. 동생인 미지는 과거 육상 유망주였으나 고등학생 때 부상으로 더 이상 뛰지 못하게 된다. 시골에 있는 고향에 남아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지는 내면에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육상 선수의 꿈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게 된 미지는 3년 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하며 지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방문을 부수고 미지에게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라며 울부짖었지만 미지는 더욱 반항하며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다. 손녀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던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미지의 방에 들어와 미지의 속마음을 조금씩 꺼냈다.
“나도 진짜 나가야 되는 거 아는데 다시 아무것도 아닌 때로 못 돌아가겠어. 거기밖에 돌아갈 데가 없는 것도 아는데, 너무 초라하고 지겨워. 나한테 남은 날이 너무 길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할머니, 나 너무 쓰레기 같아.”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 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미지는 가장 잘하던 달리기를 더 이상 못 하게 된 이후로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세상과 단절하여 숨어 지내면서 자신을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갔다. 그런 미지를 세상 밖으로 꺼내 준 할머니의 대사가 내 마음속 깊은 곳을 울렸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든 간에 본인이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면 자신감도 잃고 일시 정지 상태가 되어 버린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고, 남들은 잘만 사는 세상 나만 힘들게 살아간다고 느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는 순간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다. 조금 쉬다가 다시 시작하면 될 텐데, 단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인데 그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숨는다’는 말을 감추려고 애써왔던 것 같다. 숨은 게 아니라 잠시 피해 있는 거라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거라고. 하지만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잠깐 숨으면 좀 어때? 숨는 게 나쁜가? 전쟁 중에 총알을 피하기 위해 바위 뒤에 숨으면 나약한 건가? 다 살려고 그런 거다. 그렇게 숨어 숨어 앞으로 나아가다가 적군의 최종 거점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이다.
더 좋은 작전으로 싸우려고, 상처투성이인 몸과 마음을 회복한 후에 다시 전진하려고 숨는 것이다. 포기와 쉼은 다르다. 나는 이제야 그걸 알았다.
이 글을 본 당신도 “무서워서 잠시 숨었다. 쉬었다가 다시 나갈 것이다.”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올 때 더 단단해져 있기를.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 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암만 모냥 빠지도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드라마 <미지의 서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