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

by 권태윤

2021년 8월, 인도출신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올드(OLD)>가 개봉됐습니다. 이 영화는, “아침에는 아이, 오후에는 어른, 저녁에는 노인”이라는 압축적 문장으로 표현됩니다. 즉, 죽음은 곧 시간의 문제인 기이한 해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입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플라야 엘 바예(Playa El Valle)'라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벌어지는, 가공할 속도의 시간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공포와 죽음, 거기에 가려진 비정한 음모를 그렸습니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엄청난 속도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투를 벌입니다. 하지만 ‘빠르다’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같은 속도의 공간 속에 서로 어울려 살지만, 각자가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특히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꿈과 욕망을 따라가는 후보들에게, 시간의 속도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빨리 가길 갈망하는 사람은 대체로 앞서 가는 후보입니다. 내일 아침 눈 뜨면 투표와 개표가 끝나고 자신의 승리가 발표되길 바랄 것입니다. 당연히 느리게 가길 바라는 사람은 따라가는 후보입니다. 가려야 할 것, 드러나면 안될 구린 구석이 많은 후보, 더러운 것을 가려야 할 것이 많은 후보 역시 시간이 후딱 흘러서 얼른 자신의 승리가 결정되길 갈망할 것입니다.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수사가 흐지부지되고 가려진 진실의 추악함도 승리의 함성 속에 모두 고개를 숙일 것이란 사실을, 그간의 사례에서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느리게 가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구릴 게 없는 사람입니다. 본래 도둑질 한 자가 제 발 저리고 추적자는 느긋한 법입니다.


물론 진실은 오직 하나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는 사실. 결국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입니다. 가리려는 자는 가리는 일에 몰두할 것이고, 캐려는 자는 드러내려는 일에 몰두할 것입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약, 현재와 미래를 위한 약속들 까지도 그 치열한 속임과 파헤침의 격랑에 휩쓸려 파묻힐 수 있을 것입니다. 판단은 결국 국민의 눈과 귀, 마음에 달렸습니다. 주권자이자 시간의 관전자인 국민은 후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말에 귀를 기울이며, 어떤 목소리에서 진실을 발견할까요.


먼저, 후보자들의 언어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들의 언어와 표정 속에서 거짓말, 속임수, 과장된 표현, 메마른 성격, 거친 심성, 정제되지 못한 언어습관, 거짓의 증표들을 발견해 낼 것입니다. 또한 후보자들이 내 건 약속들이 과연 제대로 알고 내건 것인지,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인지, 나에겐 득이 되나 내 아이들과 미래에는 고통이 되는 것인지, 우리 지역엔 도움이 얼마나 될지, 우리 지역에는 도움이 되나 나라에는 해악이 되지 않을지 따위를 꼼꼼히 따지고 살피게 될 것입니다. 수천만 명이 가진 눈과 귀를 온전히 감당하는 자가 승리할 것입니다. 거기에 언론의 역할이 더해지겠지요.


결국 시간여행 끝에 승리를 움켜쥘 자는 누가, 어떤 사람이 될까요?


전한(前韓)의 효선황제 때 법관이던 노온서(路溫舒)는 황제에게 이렇게 간했습니다.


“신이 듣건대 ‘어린 새의 알을 훼멸하지 않아야 뒤에 봉황새가 모이고, 비방의 죄조차도 사형으로 다스리지 않아야 뒤에 좋은 말이 바쳐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경(書經)에 ‘산과 풀은 해물(害物)을 감추어 주고, 내와 못은 오물을 받아 준다’고 하였습니다.”


앞서가면서도 여유를 즐기는 후보, 스스로 깨끗하여 정정당당한 후보,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후보, 관전자인 국민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후보, 포커페이스가 아닌, 진솔한 얼굴을 가진 후보, 꿈과 희망, 미래를 말하는 후보, 의심과 불안이 아닌 신뢰와 안정을 주는 후보, 무엇보다도 너그러운 심성과 덕(德)으로 국민을 화합시키는 넓은 마음을 가진 후보가 결국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그런 후보가 승리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에 희망과 미래가 있습니다.


내년이면 다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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