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이야기

by 권태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서 아주 흥미로운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건 양들의 간에 기생하는 '간충(학명은 파스키올라 헤파티카)' 이야기입니다.

간충은 혈액과 간세포로부터 영양을 섭취하여 성충이 된후 그곳에서 알을 깝니다.

이 알들은 똥과 함께 몸밖으로 나와 한동안 성숙기를 거친 다음 부화하여 작은 애벌레가 됩니다.

이 애벌레는 새로운 숙주인 달팽이에게 먹힙니다.

애벌레는 달팽이 몸 속에서 성장해 우기에 달팽이가 내뱉은 끈끈물에 담겨 배출됩니다.

하지만 간충의 여정은 아직 반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달팽이 끈끈물이 하얀 진주 송이 모양을 하고 개미들을 유혹합니다.

그럼 개미에게 먹힌 간충은 개미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이들은 개미의 갈무리 주머니에 오래 머물지 않고 그곳에 수천개의 구멍을 뚫고 나오면서

갈무리 주머니를 체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그런 후 숙주인 개미가 죽지 않도록 질긴 풀로 그 구멍들을 다시 메웁나다.

성충이 된 간충의 애벌레들은 양의 간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양은 곤충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개미의 뇌를 조종해 양들이 특히 좋아하는 개자리,

냉이 따위의 풀줄기의 끝부분으로 개미들을 끌고 갑니다.

거기서 개미들은 뻣뻣이 굳은 채로 풀과 함께 뜯어 먹힙니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캐슬린 매콜리프의 [숙주인간]에서는 더 다양한 기생생물들의 놀라운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나아가 종국에는 인간조차 그런 기생생물들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재미있고 두렵기도 해서 단번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514044043_10213820700067587_1965097092367568483_n.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말내말(他言我言), 西洋 -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