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by 권태윤

'잘살아 보세'라는 노래가 전국 방방곡곡 아침마다 울려 퍼지던 때부터 우리들의 지상과제는 오로지 '잘사는 것'이었습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대물림 해오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할지 모르겠고, 잘사는 것에 집착한 것이 어디 어제오늘, 특히 그 때 뿐이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어쩌면 잘 살려는 노력은 인류사와 그 맥을 같이해오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어느 마을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재산 불리기에 셈이 밝기도 했거니와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데도 재주가 많아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큰 재산을 모았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시내에 집도 여러 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 자식들은 아버지의 수완 덕분에 군대도 면제를 받고, 그중 한 녀석은 학비걱정 없이 외국유학도 다녀왔습니다.


다른 한사람은, 법이라면 곧이곧대로 지키고, 원칙을 벗어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가만있질 못하는 사람입니다. 오지랖이 넓어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옳은 일이라면 팔을 걷어붙이는 걸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그런 일로 툭하면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고 술자리에서 매를 맞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는 가난합니다. 적지 않은 농토를 일구고 있지만, 체질적으로 술수와 잔꾀를 싫어하는 터라 큰돈을 만지기는 아예 틀린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식과 정의가 통하지 않는 경우는 참으로 많습니다.


가족과 일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한목숨 초개같이 내던졌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가난을 대물림하며 이런저런 고통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족과 자기 배불리기에 급급하며 일제에 아부했던 수많은 부역자들과 그 후손들은 지금도 권력과 부의 상층부에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잘사는 것에만 미친 사회, 잘사는 사람만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보니 정치인도 돈을 탐내고, 언론인도 권력과 명예를 탐내고, 종교인도 믿음보다는 교세확장이나 신도 수 늘리기에 매달리는 일이 많고, 교육재단은 기여 입학으로 돈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사학재단은 학생들을 위한 시설은 엉망으로 방치한 채 재단 배불리기에 정신이 팔리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현상입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따르는 사람이 부를 쌓을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정도로 가서는 절대 큰돈을 벌지 못하고, 돈을 벌려면 술수를 잘 부려야 한다는 말이 아주 공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잘살기 위해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말라는 말이 나쁜 소리가 아니라 좋은 충고쯤으로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그간 우리는 잘사는 데에만 미쳐 있었습니다. 아니 요즘은 더욱더 잘 사는 데에만 미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잘 산다는 말의 '잘'이란 것은 물질적 부(富)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이제 잘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잘사는 사람보다는 ‘바로’ 사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하고, 그 출발점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돈과 명예를 보장하는 출세 중심적 교육제도를 깨부숴야 합니다. 배운 사람이 더욱 지능적인 도둑질을 하고 배운 사람이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받는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출세에만 눈 먼 우리의 교육부터 하루빨리 뜯어고쳐야 합니다. 자기학교 학생 몇 명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며 현수막을 내거는 한심한 짓거리는, 계도가 아닌 처벌로 다스려야 할 사회악입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권세를 탐하는 무리들을 솎아내야 합니다.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법을 지키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을 하는 나라는 망하는 길로 달려가는 나라입니다. 정도를 지키면 손해를 입고,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국민들로 가득한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이제부턴 잘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사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 내고 떳떳하게 부자행세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진 것 없다고 무시당하고 차별 받는 세상을 끝내야 합니다. 나라의 행복한 미래를 담보하고, 나아가 全인류의 공동체적 희망을 지켜내기 위해 이제부턴 올바른 가치를 존중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잘 살고 잘 먹는 일은 짐승들이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바로 사는 것만이 사람이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제대로 된 세상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존중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잘 먹고 잘사는 동물들의 생존가치가 사람 사는 세상의 절대가치가 된 지금, 우린 스스로 인간사회를 짐승들의 세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젠 '바로 사는 것'을 우리의 지상과제로 삼아야만 합니다.


이젠 똑바로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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