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으로 보는 포퓰리즘의 득세(得勢)

by 권태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2년 ‘기초연금 확대법’을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7대 주요 입법과제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기초연금을 만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지급하는 방안과, 기초연금 월수령액을 현행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패키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아마 2027년부터 40만원씩 지급될 듯 합니다.


캐나다는 150년 뒤에도 연금을 줄 준비를 갖춰놨다고 할 만큼 재정이 탄탄합니다. 그런 캐나다조차 정치권이 재정 안정화 조치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보험료 인상과 급여 동결을 자동으로 시행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부담에 대한 말은 없고 연금을 더 주자는 생색내기만 난무합니다. 한심하고 수준 낮은 광경입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현세대와 미래 세대의 부담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기초연금’만 한번 살펴봅시다. 17년 전인 지난 2008년 우리나라 65세이상 전체 노인은 506만 9,273명이었습니다. 그해 기초노령연금 총예산은 1조 5,948억 원이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2022년말기준 기초연금 총지출액은 20조 912억 3천7백만 원으로, 무려 18조 5천억 원가량 늘었습나다. 매년 1조원 이상씩 증가한 꼴입니다. 2023년 기초연금 총예산은 22조 5,492억 8천만 원이었습니다. 2022년보다 2조 5천억 원가량 늘어났습니다.


2023년기준 행안부 주민등록인구통계상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은 944만 9천 명입니다. 재외국민은 제외한 숫자입니다. 2023년기준 전체노인 950만 명 중 665만 명이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습니다. 불과 15년 사이에 65세이상 노인의 수가 무려 450만 명이나 늘었습니다. 이 기간동안 한 해 평균 30만 명의 노인이 증가한 셈입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 주장처럼 기초연금을 전체 65세이상 노인에게 모두 주고, 연금액을 40만 원으로 10만 원 인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2023년기준 전체 65세이상 노인 950만 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시 총 소요예산은 32조 1,933억 1,300만 원 입니다. 2023년기준 10조 원이 증가합니다. 여기다 기초연금 수령액을 30만 원에서 월 40만 원으로 10만 원 올리면 2023년기준 40조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한 해 기준 38조 원 이상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노인의 수가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청 ‘인구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50년 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70년기준 우리나라 고령인구 구성비는 조사대상인 세계 23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년부양비(생산연령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2022년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크게 늘어납니다. 생산연령인구대비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와 노인인구를 합한 총부양률도 2058년부터 100%를 웃돌 예정입니다. 2058년이면 생산연령인구 1명이 비생산연령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국민 개인의 장수가 국가적으로는 재앙이 되는 비극적인 미래입니다.


기초연금뿐만이 아닙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부담도 천문학적으로 급증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미래 세대에게 ‘미래’가 없어지는 것이고, 나라의 미래도 절망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신을 못 차리고 퍼주기 경쟁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2023년6월,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이 공개한 ‘재정 지속가능성 복합지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기(10년 후)와 장기(50년 후) 재정 건전성 전망치는 각각 ‘중위험’으로 분류됐습니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국가채무비율 증가 추세를 이어간다면 그리스나 포르투갈 수준으로 재정 상황이 나빠진다고 전망했습니다. 고령화와 포퓰리즘 남발로 ‘복지병’을 앓고 있는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런 미래를 마주한 상태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권의 수준으로 볼 때 나라 꼴이 어찌 되건 퍼주기 경쟁에 몰두할 공산이 큽니다. 이렇게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가는 드물고 표에만 눈이 먼 정치꾼만 득실대는 나라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선거는,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진적 ‘포퓰리스트’와 ‘포퓰리즘 정당’들을 제거(除去)하는 선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미래 세대는 물론이고 노인의 미래도 사라지고 말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인리히 빙클러(Heinrich August Winkler) 교수는 자신의 책 <서방으로의 긴 여정>에서 “정파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강한 독일이 가능했다.”고 적었습니다. 2025년현재 우리 정치권에는 국민의 이익과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생각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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