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富者)의 마음 갖기

by 권태윤

아주 오래전, 앤서니 라빈스(Anthony Robbins)가 지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Awaken The Giant Within)』 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서 감명을 받아 ‘내 인생의 10가지 사명서’라는 것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잘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작게 인쇄해 코팅까지 해서 지갑 속에 넣고 다니던 이 사명서(使命書)에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이루거나 지켜야 할 10가지의 실천약속을 기록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1만 번 이상 타인에게 도움주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하잘 것 없는 약속이라고 비웃었을지도 모르겠고, 신이 보신다면 ‘앞으로 네가 얼마를 더 살지도 모르면서 버릇없는 약속을 했다’고 나무랐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입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기간을 정해놓고 사는 것도 아닌 마당에 구체적으로 횟수를 정해놓는다는 게 가소로운 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내 인생이란, 사실 오늘 당장 길을 가다 죽을 수도 있고, 잠을 자다 죽을 수도 있는 하찮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그리고 되도록이면 좋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 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쓰다보니 이런저런 ‘좋은 일’을 몇 번 했습니다.


느닷없이 나의 사명서와 1만 번 도움주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내 자신에게 더욱 채찍질을 하고자 함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와 사람들이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도 너무나 많은 물질적 욕망과 출세에 목을 매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고민해보자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리 모두가 물질적인 부자가 되거나, 출세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현실 때문에 안타까움은 더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물론이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부자들만의 세상’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물질적 목표는 100%의 부자들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을 최대한 줄여나가는데 있고, 출세한 사람들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한데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찾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까지 행복과 사랑, 나눔과 봉사를 실천으로 교육하기 보다는, 출세에 도움이 되는 일류학교 진학을 위해 오로지 ‘공부’만을 외칩니다.


사실 우리와 같이 경제적 차이와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나눔 운동’ 따위는 ‘공공의 행복’을 위한 공익적 행위로서 더욱 장려되고 확대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눔’과 ‘사랑’의 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은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부행위나 자원봉사활동이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저조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남을 돕는 수많은 사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이 세상을, 이나마 사람 살만한 공간으로 지탱해주는 힘입니다.


이런 노력들은 결국 ‘마음을 부자로 만드는 일’입니다. 인간은 물질적 욕망이 끝이 없어 결국엔 그 욕망으로 인해 스스로 파멸해 가지만, 나눔과 봉사의 실천을 통한 ‘정신적 부’는 많이 쌓을수록 좋고, 자신을 파멸시키는 물질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행복 도우미’입니다.


미국의 지미 카터(Jimmy Carter) 前대통령은 “부자란 꼭 돈 많은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남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집을 소유하고, 고등교육, 적절한 의료혜택을 누리는 사람, 자신이 사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자신이 누리고 있는 축복을 그렇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는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진정한 부자는 카터가 말하는 조건들을 모두 갖추지 않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남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그 사람이 진정한 부자입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밀러드(Millard Fuller)와 그의 부인 풀러(Linda Fuller)가 1976년 미국에서 창설한 국제적 민간기독교운동단체인 국제해비타트(Habitat : 사전적 의미는 '거주지'로, 보금자리를 의미)가 있습니다.


이 단체의 밀러드 풀러 총재는 “기독교의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통해 이 땅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집 없는 설움'을 없애는 것이 꿈”이라고 했습니다. 밀러드 폴러는 어려서 가난하게 자란 탓인지 어려서부터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그는 20대 후반에 성공한 변호사, 사업가로 백만장자가 됨으로써 마침내 꿈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그의 나이 30살 때 그의 아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집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그에게 실망해 이혼을 하려했고, 이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결국 인류를 위해 참다운 삶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결국 그들 부부는 1965년 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뒤, 1973년 아프리카 자이르(現 콩고민주공화국)로 건너가 가난한 흑인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기 시작하였으며, 이 운동의 확대를 위해 1976년 국제해비타트를 설립해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세계 76개국 1,700여 개 지회가 활동 중인 국제해비타트운동은 세계 80여 개국에서 12만여 채의 주택을 지어 무주택자들에게 제공했다고 합니다. 한사람의 '영혼의 각성'이 이처럼 커다란 결실을 맺으며 사회와 세계를 변화시킨 것입니다.


지난 84년부터 해비타트에 동참해 18년 동안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JCWP)'을 벌이고, 분쟁지역을 넘나들며 사랑과 화해의 메신저 역할을 해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지미카터 前대통령은, “처음에는 나의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작은 도움주기를 삶의 한 가지 약속으로 정해 이제 막 실천하기 시작한 ‘왕 초보’의 입장에서 사회적 ‘나눔 운동’의 확산 필요성에 대해 떠든다는 것이 염치없긴 하지만, “처음엔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가장 큰 삶의 축복이었다.”는 카터 전대통령의 ‘행복 고백’을 함께 느껴보자는 권유가 그리 불쾌감을 주진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루 중 어느 조용한 시간에 우리들 자신의 삶과, 참된 부자의 의미, 그리고 나눔과 봉사가 가져다 줄 마음속의 행복을 상상하며, 내가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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