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계통 무너뜨리는 ‘껍데기’ 직급

by 권태윤

대개 알맹이가 부실한 자들이 껍데기 치장에 몰두하고, 지은 죄가 많은 권력자가 시혜(施惠)를 남발합니다. 대통령, 대기업 회장 등의 명함은 이름 세글자가 고작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반면, 온갖 너저분한 경력을 줄줄 적어놓은 명함은, 그 자체가 명함주인의 허접한 수준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비민주적 권력자와 정권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예우와 대우가 지나치게 많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직급이건 대우건, 예우건 보상이건 간에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와 무관한 과잉(過剩)은 오만(傲慢), 착각(錯覺), 방종(放縱)을 부르고, 종국에는 화근(禍根)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급과 보상, 예우가 당사자의 역량과 항상 일치한다면, 모든 공직자를 장관, 총장, 대장으로 만들어줘도 뭐라고 할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의 많은 계급 상위층은 사실 무능합니다. 무능한데 부지런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패하는 조직의 딜레마’가 여전히 적용되는 게 현실입니다.


유능과 무능의 판단과 상관없이, ‘과잉 대우’, ‘거품 예우’를 지적받는 대표적인 조직이 검찰과 군(軍)입니다.


현재 <검찰청법> 제6조는 “검사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실상 위장(僞裝)입니다. 실질적으로는 고등검사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평검사로 명함과 직무가 수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검찰권 행사에 있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소위 검사동일체원칙(檢事同一體─ 原則)입니다.


검찰에는 외견상 검찰총장과 검사밖에 없지만, 장관급(검찰총장) 1명을 비롯해 차관급이 무려 51명(고검장급 9명, 지검장급 42명)이나 됩니다. 일반 행정부처와 비교하면 기괴할 정도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초임 검사 직급도 논란거리입니다. 통상 부장검사가 임명되는 법무부 과장직위에 검찰부이사관이나 검찰서기관이 동시에 임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보수만을 기준으로 초임 검사가 3급 부이사관과 같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주요 기관의 3급이상 공직자를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판사·검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판사와 검사가 3급 이상 공직자임을 법률로 명문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검찰청이 대외부처로 검사를 파견할 경우 차장검사는 실장급(1급상당), 부장검사, 부부장검사는 국장급(2급상당), 평검사는 3급상당 보직으로 파견하고 있습니다. 직급 거품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군(軍)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 만들어진 '군인에 대한 의전예우 기준지침'에 따르면, 대장은 장관급(長官級)입니다. 따라서 대장 보직 7개(국군 대장은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와 국방부장관을 더해 국방부에는 장관급이 8명이나 존재하는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장관을 보좌하는 차관은 국방부내 서열 9위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국회 회의 때 장관이 불참할 경우 차관이 답변자로 장관을 대신하는데, 결과적으로 서열 9위가 장관을 대리하는 꼴이 됩니다. 군 지휘계통, 유사시 군대의 능력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행정 및 보직상 대장은 국방차관의 하급자이며, 차관급에 해당됩니다.


장관급(將官級) 장교의 지위는 1979년 12·12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에 의해 격상되었습니다. 준장은 1급, 소장과 중장은 각각 준차관과 차관, 대장은 장관 대우를 하도록 규정하는 등 직급을 상향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제7조 2항은 “차관 또는 차장은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그 기관의 장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국방부장관 유고시 차관이 그 직무를 대행하는 주체입니다. 따라서 <국군조직법>에도 “차관이 장관의 직무를 대행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여,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차관의 지위를 확고하게 하고, 군인도 대장을 1급(차관보급)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실제로 국방부에서는 소령이 6급, 중령이 5급 사무관, 대령이 4급이나 3급 과장, 소장이 2급 국장, 중장이 1급 실장 보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수는 대장의 경우 장관급(長官級), 중장은 차관급, 소장은 1급, 준장은 2급에 상당하고, 소령이 4급 서기관급, 대위가 사무관급 보수를 받습니다. 군인의 경우 일반공무원과 달리 정년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인에 대한 과다한 보수가 일부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지만, 위계질서를 훼손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검사나 법관, 군인은 물론이고 정권과 권력자의 빗나간 욕망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과잉 대우와 예우를 바로잡는 일은, 정상국가(正常國家)가 해야 할 당연하고 올바르며 시급한 과제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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