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대한 비딱한 생각

by 권태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제도의 폐지가 옳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지속가능성’이 없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덜 내고 더 받는’ 시스템은 영속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특정세대만 득을 보는 ‘한탕주의’입니다. 내일 먹을 양식 모으자고 오늘 굶자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제도입니다. 몇 가지 현실만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것입니다. 본래는 각 개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데, 알아서 안하니 국가가 노후준비를 사실상 ‘강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국민연금제도 유지에 그토록 안달일까요? 국민이 스스로 노후준비를 안하면 결국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돈 없어서 가난해지면 정부가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해 보호해줍니다. 즉, 국민연금제도는 국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을 국민에게 미리미리 골고루 떠넘기기 위해 고안한 제도입니다. 지금도 받는 국민연금액이 소득으로 인정되어 그만큼 기초연금액이 삭감됩니다.


국민연금제도 유지목적은 기본적으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도를 위한 제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금안정’에 더 무게가 실린 것입니다. 내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인구구조 속에서 ‘기금안정’을 이루기 위해선 오직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더 내고 덜 받는 것’과, ‘더 빨리 가입해 오래도록 내고, 더 늦게 받기 시작해 더 짧게 받는 것’입니다. 이러면 ‘기금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연금은커녕 원금도 못 챙겨먹고 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한마디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호구’가 되는 셈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적립식 방식은 언젠가는 반드시 고갈됩니다. 아무리 많이 모으고 잘 불려봐야 받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면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엔 부과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특정 나이대의 특정 국민만 득을 보는’ 지극히 불평등한 제도라는 말입니다. ‘내는 것 보다 더 받는 제도’는 기본적으로 영속성이 없습니다. 다단계, 폰지 사기와 유사합니다. 결국 쌓인 연금 다 털어먹을 때까지만 좋습니다. 죽도록 연금보험료만 내다가 연금 고갈되면 다시 죽도록 벌어서 매달 노인들 연금을 줘야 합니다. 버는 사람은 적고 받는 사람은 많은 인구구조에서 애당초 영속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은 정말 이득이 될까요? 갈수록 수익비는 줄어들 것입니다. 많이 내고 적게 받아야 하고, 오래 내고 짧게 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용돈연금 소릴 듣습니다. 나중엔 본전도 못 찾을 확률이 높습니다. 무조건 이득이라는 소리는, 기금이 고갈되기 전 이야기입니다. 물론 기금이 고갈되고 난 뒤에도 미래세대가 죽도록 벌어서 그만큼의 보험료를 낼 형편이 되면 그럴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몽상에 가깝습니다.


흔히 소득대체율 40% 얘기를 합니다. 이 소득대체율 40%도 아무나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40년 가입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입니다. ‘국민연금에 40년동안 가입했을 경우 소득대체율이 40%’라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가요? 소득대체율 10%도 안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65세까지 가입할 경우 25세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40년 동안 계속해서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기나 한 것인가요? 요즘은 잘 다녀야 30년이고 보통 20년 남짓입니다. 현재 25세 이상 되는 사람도 결국 40년 동안 국민연금 계속가입이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현재 생존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중 소득대체율 40%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2001년부터 용돈수준의 국민연금에도 세금을 부과합니다. 더 보태줘도 시원찮을 용돈연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행위와 같습니다. 부부가 함께 가입했다가 한쪽이 죽으면 본전도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부부가 국민연금을 받다가 한쪽이 숨지면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걸 내 연금과 같이 받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살아있는 아내가 본인 연금을 40만원 받고, 죽은 남편 연금이 30만원이라고 칩시다. 이걸 합쳐 70만원을 둘 다 받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연금이 많으니 이걸 선택하면 유족연금은 30%, 즉 9만원만 나옵니다. 둘을 합해 70만원이 아니라 49만원이 됩니다. 원래 20%만 나오던 게 그나마 2016년 11월 30%로 올랐습니다.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과연 내일 잘 먹기 위해 오늘 배롤 곯는 시스템이 올바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한해 수십조에 이릅니다. ‘기금안정’을 위해 보험요율을 인상하면 그만큼 걷히는 돈도 급격히 늘어날 것입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부담이 늘고, 개인은 개인대로 부담입니다. 게다가 국민연금과 관련한 정부의 각종 부조제도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결국 국민연금제도만 없애도 당장 국민이 한해 수 십 조원의 여윳돈을 소비에 쓸 수 있는 셈입니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는 2060년이면 건강보험료로만 한해 300조원 이상이 필요합나다. 여기다 국민연금보험료로 수백조원이 필요합니다. 단 이 두 가지 제도의 운용에만 한해 1천조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걸 우리 미래세대가 전부 부담해야 합니다. 이때가 되면 1대1 부양의 시대를 넘어 1대2 부양의 시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재앙적인 미래를 굳이 자초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생은 기본적으로 자기책임 하에 살아가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제도는 폐지하거나 ‘선택제’로 바꿔야 합니다. 가입 여부를 본인이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해지를 원하는 국민에겐 원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연금’같지도 않는 푼돈연금 제도를 운용하느라 국가, 기업, 국민 모두가 고통받을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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