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그리고 들판

by 권태윤

‘들판’을 잃어버린 아이들과, ‘마당’을 잃어버린 어른들이 스마트폰에서 들판과 마당을 찾습니다. 우리가 ‘중독(中毒)’이라고 여기는 것은 실상 ‘상실(喪失)’의 다른 표현입니다. 시들어 가는 마음과 허옇게 색이 바래진 몸을 견딜 수 없어 우리는 사이버 세상에 빠져 있습니다.


‘아파트’는 감옥(監獄)입니다. 들판도 마당도 없는 비좁은 동굴입니다. 거기엔 오로지 하나의 출구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출구도 가상(假想)의 세계입니다. 지친 어른과 아이들이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각자 하나의 ‘창(窓)’에 얼굴을 내밀고 거친 숨을 몰아쉽니다. 질식할 것 같은 감옥에서 그들이 유일하게 탈출을 착각하는 위안(慰安)의 장치입니다.


어릴 적엔 들판이 인간(人間)들의 공간이었습니다. 짐승들과 어울려 뛰고 구르다 보면 해가 저물고, 밤새 쏟아지는 별빛을 온몸에 새기다 보며 누가 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반짝이는 별이었습니다. 마당은 어른들의 공간이었습니다. 잘 익은 곡식을 타작하고, 땔감을 모아다가 쇠죽을 끓이고 옥수수도 삶았습니다. 마당에는 아이들이 개, 닭, 오리와 어울려 다녔고, 어른들은 연신 빗질을 하며 아이들과 가축들의 아름다운 광경을 느긋이 바라보며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대 행복하신가요.


하늘 향해 솟은 높다란 ‘감옥’안에서 초라한 富를 자랑하고, 평수를 잰다는 것은 얼마나 유치한가요. 너른 들판과 마당을 모두 잃고 전자자물쇠만이 출입을 허락하는 아파트에서 그대 행복하신가요. 늙어가는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탈출하고 싶습니다. 나는 날마다 탈출을 꿈꾸는 수인(囚人). 어둠이 깊어가도 여전히 평화로운 어둠을 허락하지 않는 이 잔인한 도시의 감옥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나는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진짜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진짜의 삶’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Good-by! My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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