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詩(낙서 또는 詩) - 39

by 권태윤

헌옷 -


집 청소를 하면서 헌옷 네 상자와

모아둔 신문 여덟 상자도 함께 실었네


재활용 가게에다 건네주고 받은 1만700원


한 때는

칼바람 맞서며 누군가의 몸을 지키고

달뜬 만남의 기대를 숨긴 화려한 깃털이었고

새로운 출발의 벅찬 흥분과 함께 했을 기억들이

시간을 지나 빈 봉지처럼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네


일리노이대 해부학 교수 할리 먼센


사람의 몸을 화학성분으로 분석했다네

칼슘 2.25kg 인산염 500g 칼륭 256g

나트륨 168g 마그네슘 28g 그리고 소량의 철과 구리

체중의 65%는 산소 18%는 탄소 10%는 수소

나머지 3%는 질소


이 모든 것의 값은 단돈 89센트

우리 돈 1000원이라네


신의 대리인이라 칭송받던 인간들

한때 억만금 갖고 태어난 귀한 존재라 여겨졌으나

실은 고작 1000원이라네


살아있는 문 열고 찬란한 빛줄기 속에

한 줌 태양처럼 붉게 빛나던 그 때부터

석양이 펼친 구름의 파도

그 넘실대던 주름의 끝에 이르기 까지


너와 나는 고작 1000원을 남기기 위해

억만kg의 고통을 등에 지고 살아 왔네


보시게, 저 노을

그것이 우리가 1000원을 태워 뿌린 먼지인 것을


보시게 저 눈물

고작 저것이 우리가 평생 흘린 땀의 전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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