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말내말(他言我言), 東洋 - 42

by 권태윤

"백성은 마치 물과 같은 셈이니, 휘저으면 고달프게 되고 멈추어 있는 물을 살펴보면 돌이켜 거울삼을 수 있다."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의 어제(御製)를 모아 엮은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 제44권 중에, 영의정 김희(金憙)가 청의(請議)를 시행하자고 연석(宴席)에서 상주(上奏)한 것에 대한 정조의 비답(批答)에 적힌 것입니다.


사소한 제도를 시행하는 데에도 백성의 고달픔이 없도록 세심하게 염려한데서, 정사를 펼침에 항상 어버이의 마음과 같았음을 알수 있습니다.


제도나 정책을 행함에 있어 저지르는 잘못 중 가장 큰 것이, 가만 놔둬야 할 것들을 헤집어 도리어 난장판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서 오히려 사단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부처나 대통령, 국회의원들이 깊은 고민없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기존 제도를 마구 바꿔 놓으면 그 피해는 전부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나라가 망할 지경에 이르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는 ‘국장망 필다제(國將亡 必多制)’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긁어부스럼 만들지 않는 것도 치자(治者)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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