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詩(낙서 또는 詩) - 58

by 권태윤

폭우(暴雨) -


어둠 속에서 번개와 천둥 어울려 춤추고 천지간에 억수가 뛰어내린다

창가에 서서 가만히 몸 흔들며 빗물에 몸 맡긴 산과 숲을 본다

인간들은 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기도 하고 처마 밑을 찾아들지만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느긋하게 사나운 비를 즐긴다


바람이건, 햇빛이건, 빗물이건 결코 피하지 않는 나무와 풀, 야생화의 좋은 향은

거부가 아닌 넉넉한 수용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

좋은 것만 욕망하고 정작 필요한 것은 외면하는 사람의 냄새는 늘 역하다

달라고도, 빼앗으려고도, 재촉하지도, 그러면서 거부하지도 않는 산과, 숲을 보며

자유의 몸짓을 배운다


촉촉한 바람, 거친 숨결, 찬란한 눈빛...

폭우가 저리 내리고 하늘의 부싯돌 쉼 없이 천둥소리 불러오는 날

저 빗속 함께 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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